방글라데시 정부가 추진 중인 '독립 유공자 자녀 공무원 할당제'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가 거세게 확산하고, 당국도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18일(현지시간) 하루에만 10명이 넘는 집회 관련 사망자가 발생했다.
다카트리뷴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독립 유공자 자녀 공무원 할당제'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이날 수도 다카를 비롯해 전국의 주요 대학에 모여 시위를 이어갔다. 특히 다카에 있는 캐나다 방글라데시 대학교에는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모였다. 또 다카 외곽에서는 다카로 진입하는 고속도로와 주요 도로를 봉쇄했다.
이에 경찰은 시위대에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면서 강경 진압에 나섰으며 대학교 입구에 검문소를 설치하기도 했다. 또 학생들이 모이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모바일 인터넷을 차단했다.
주나이드 아흐메드 팔락 정보기술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거짓 소문이 돌고 있어 일시적으로 모바일 인터넷을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강대강 충돌이 이어지면서 이날 1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고 수백명이 다쳤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번 시위와 관련 지난 16일에도 전국적으로 8명의 사망자가 나온 바 있다.
2018년 방글라데시 정부가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참가자 자녀들에게 공직 30%를 할당하는 정책을 추진했지만, 대규모 대학생 반대 시위로 폐지했다.
하지만 지난달 다카 고등법원은 이 정책에 문제가 없다며 정책 폐지 결정을 무효로 하자 대학생들이 다시 거세게 반발하며 전국에서 시위에 나서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에서는 많은 이들이 안정적이고 상대적으로 보수가 높은 정부 일자리를 선호한다. 매년 약 40만명의 졸업생이 공직 3000개를 놓고 경쟁할 정도다.
상당수 대학생은 할당제 부활과 관련해 사법부는 정부의 '거수기'에 불과하다며 실제로는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자신의 지지 세력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자 집권당의 대학지부 회원 등 할당제를 지지하는 친정부 학생들은 찬성 시위를 벌였고, 찬반 두 집단이 충돌하면서 벽돌과 몽둥이가 등장하는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할당제 반대 학생들은 전날 사망한 이들의 장례식을 치른 뒤 또다시 대규모 반대 시위에 나섰고,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며 강경 진압했다.
정부는 다카, 치타공 등 5개 대도시에 준군사조직인 국경수비대방글라데시(BGB) 병력을 배치했으며 전국 고등학교와 대학교, 이슬람 종교학교 등에 휴교령도 내린 상황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