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안보 책사로 불리는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주재 미국 대사가 18일(현지 시간) “정당한 몫을 지불하지 않는 국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한국과 관련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으나 방위비 분담 문제에 있어서 ‘미국 우선주의’ 원칙은 매우 확고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리넬 전 대사는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18일(현지 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 인근에서 개최한 외신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 어떤 클럽(회원제 모임)도 회비를 부담하지 않고는 회원이 될 수 없고 그 시설을 사용할 수 없다”면서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비용을 부담하라”고 밝혔다. 이어 “나토 회원국 중 일부가 2014년 10년 내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2%의 비용을 국방비로 지불하겠다고 서약했으나 아직까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나토가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넬 전 대사는 ‘나토 헌장 5조가 조건적으로 발동돼야 한다는 의미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신을 미국 중서부로 데려가고 싶다. 그 사람들은 (유럽이) 정당한 청구서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도 혜택을 원한다는 데 매우 분노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신이 대사로 근무했던 독일에 대해 “미국은 35조 달러의 국가 부채가 있는데 (미국의 안보 지원을 받는) 독일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 국민에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나토는 현 회원국이 공정한 몫을 내지 않으면 회원국을 추가하거나 나토의 우산에 추가해서는 안 된다”며 “다른 나라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데도 미국 국민들이 계속 비용을 지불하도록 만드는 것에 대해 (나토 일부 회원국들은) 부끄럽게 생각하라”고 날을 세웠다. 트럼프 2기가 들어설 경우 방위비 분담 문제를 비롯해 나토 전반에 대대적인 변화가 닥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리넬 전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8년 5월부터 2020년 6월까지 독일 주재 대사로 재직했고 트럼프 행정부 후반기에는 국가정보국(DNI) 국장 직무대행을 지냈다. 그는 트럼프 2기 출범 시 국가안보보좌관·국무장관 등 외교·안보 분야의 요직에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넬 전 대사는 최근 헤리티지재단이 발간한 보수 정부 국정 과제인 ‘프로젝트 2025’ 보고서에 대해서는 “제 인생에서 본 것 중 가장 어리석은 것”이라며 “외부 단체와 비정부기구(NGO)는 항상 위시리스트를 갖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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