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일 10개월 만에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해 3기 신도시 등 공급 확대 방침을 밝혔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요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기 신도시의 경우 입주 시점이 일러야 2027년으로 당장의 서울 내 입주 물량 부족 현상을 해소할 수 없을뿐더러 서울과의 거리도 멀어 서울의 매매 수요를 분산시키는 데 뚜렷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탕 수준의 공급 대책을 들고 오는 사이 서울 아파트 가격은 17주 연속 상승하며 5년 10개 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한 달 전만 하더라도 24억 원에 거래 되던 잠실 엘스 전용 84㎡가 이달 6일 2억 원 오른 26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7월에만 잠실의 대장 아파트인 엘스·리센츠·트리지움(엘리트)을 포함해 송파구에서만 약 30건의 신고가 기록이 경신됐다. 송파구는 한국부동산원이 이날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 7월 셋째 주(15일 기준) 기준 전주 대비 0.62% 상승했다. 지방자치단체 등 정부가 잠실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난달 재지정하며 규제에 나섰지만 시장의 과열된 열기를 막아내지 못한 셈이다. 전주 대비 0.60% 상승한 성동구도 상황은 비슷하다. 성동구의 서울숲리버뷰자이는 지난달 26일 전용 84㎡가 21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직전 최고가는 5월에 거래된 18억 6000만 원이다. 한 달 사이에 2억 4000만 원이 오른 셈이다. 성동구 역시 7월에만 25곳의 신고가 기록이 경신됐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서울의 갭투자 비중이 30%대로 하락하는 등 현재 아파트 매매 시장은 30~40대 위주의 실거주 목적 중심”이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정부의 규제 정책 등도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가 이날 부랴부랴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을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기존에 발표된 내용을 일부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수요자들은 서울 내 공급 물량 확보를 기대했는데 정부는 3기 신도시만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윤수민 NH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과 수도권에 집을 더 많이 지어야 하는데 당장 그린벨트를 풀고 택지를 공급한다고 공급난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우려스러운 것은 올해와 내년, 내후년 입주 물량인 만큼 아파트에 집중된 수요를 빌라 등 비아파트로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정부가 올해 초부터 계속 발표했던 내용이고 구체적인 것이 없어 당장 수요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공급 부족 관련 정부의 인식이 안일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향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주택 분양 물량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날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정부의 꾸준한 노력과 후속 조치 이행 결과 올해 1~5월 아파트 착공은 전국 9만 2000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4% 증가했다”며 “수도권 아파트 착공은 5만 7000가구로 지난해 동기 대비 63%, 서울 아파트 착공은 1만 가구로 13% 늘어 향후 서울과 수도권의 분양 물량은 부족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에 발표된 방안이 기존 계획에서 크게 진전된 것이 없어 다음 달 공급 대책에서 더 강력한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요가 높은 서울에 당장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분양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이 기존 구축 아파트 가격을 밀어올린 만큼 분양가 안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수도권 주택 시장 불안의 또 다른 원인인 고분양가 안정책이 빠진 점이 아쉽다”며 “공급 외에도 고분양가 문제를 일부 해결해야 분양과 청약 시장에 대기하는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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