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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전공의 모집 파행 조짐…대형병원 교수들 “제자·동료로 인정 못해”

사직 전공의, 수련 아닌 개원가 취업 택할 듯

성균관의대 교수도 "전공의 모집, 강압행정"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22일 서울 한 대형병원에 2024년 신입 전공의 모집 홍보물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빅5’ 병원을 포함한 전국 수련병원들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개시했지만 대부분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공의들 사이에서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란 두려움이 큰 데다 교수들 사이에서도 “하반기에 신규 모집한 전공의들을 제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9월부터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이날부터 31일까지 진행된다. 수련병원은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필기·실기 시험 및 면접을 진행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선발 인원은 9월 1일부터 수련을 시작한다. 전국 수련병원 151개 중 110개 병원에서 하반기에 전공의 7707명 모집을 정부에 신청했다. ‘빅5’ 병원은 그 중 87.9%인 2883명을 선발한다.

하지만 지원하는 사직 전공의는 극소수에 불과할 전망이다. 하반기 수련을 재개하기보다 일반의 자격으로 병·의원에 취업하거나 입대 등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비수도권 전공의들이 ‘빅5’ 병원에 대거 지원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배신자’라는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병원 교수들이 하반기 전공의 모집과 수련에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연세 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에서 “정부의 폭압과 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우리 병원이 사직 처리된 전공의들의 자리를 세브란스와 전혀 상관 없는 이들로 채용하게 된다면 정부가 병원의 근로자를 고용한 것일 뿐”이라며 “현 상황에서 이들을 우리의 자랑스러운 학풍을 함께할 제자와 동료로서 받아들일 수 없고 사직한 전공의들이 당당하고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입장문에서 “일부 병원에서 진료과 교수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전공의 결원에 대한 하반기 모집을 신청한 것은 보건복지부의 강압적 행정과 무관하지 않다”며 “잘못된 의료 정책에 항의하는 전공의와 의대생의 입장을 존중하고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서울성모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의대 영상의학 교수들도 지난 20일 “후반기 입사한 전공의에 대한 교육과 지도를 거부할 것”이라며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후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하는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이러한 의사를 미리 밝힌다”는 성명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하반기 모집 응시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의대생들이 의사 국가시험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어 추가 의료 인력 충원도 여의치 않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가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 3015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5.5%는 국시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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