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패싱’을 놓고 불거진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간 갈등에도 양측 간 ‘내분 자제’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대검찰청이 지난 20일 총장에게 보고 없이 제3의 장소에서 김건희 여사을 조사한 것을 두고 ‘진상 파악’에 나서자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팀이 힘드니 진상 파악 시점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요청을 받은 이원석 검찰총장은 진상 파악은 계속해야 한다면서도 “수사팀 검사들은 잘못이 없다”며 진상 파악 일정이나 대상자 조율을 할 수 있다며 중앙지검의 입장을 일부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이 지검장은 23일 오후 대검에 김 여사가 연루된 디올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진상 파악 시점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김 여사 수사팀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고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곧바로 진상 파악을 진행할 경우 수사팀이 동요할 수 있고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시기를 조금 연기해달라는 취지로 대검에 전달했다”며 “대검의 진상 파악을 거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대검이 제3의 장소에서 김 여사를 조사한 총장 보고 누락에 대한 진상 파악을 강행한다면 수사팀이 아닌 이 지검장만 관련 조사를 받게 해달라는 입장이다. 이 검사장은 결국 사건 처리가 중요하고 수사팀이 동요하고 있으니 진상 파악을 해야 한다면 대상자를 자신으로 한정해달라는 요구다.
대검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우선 아직 감찰이나 진상 조사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진상 파악은 전후 사정을 파악하는 절차로 정식 행정절차도 아니라는 것이다. 또 대검은 이 같은 요청에도 진상 파악은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점이나 대상자에 대한 의견 조율은 가능해 중앙지검과 대화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이 총장은 ‘성실하게 일하는 검사에게 책임을 물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특히 22일 김 여사 수사팀의 김경묵 부부장검사(사법연수원 38기)가 대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사직서를 냈는데 사표 제출 전에 이 총장은 “혹시라도 김 부부장 검사가 사표를 낼 수 있으니 사표가 오면 즉각 반려하라”고 전무곤 대검 기조부장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수사팀 검사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김 부부장검사는 공정거래조사부 소속인데 올 5월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 속도를 내기 위해 이 총장이 직접 형사1부로 수사 지원을 보낸 검사 3명 중 한 명으로 그의 성향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진상 파악 대상이 이 지검장으로 한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총장과 이 지검장 모두 김 여사 사건의 신속한 종결이 우선순위다.
검찰 내 갈등이 심해지면 김 여사 관련 사건 처분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디올백 수수 의혹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고 법리상 김 여사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총장은 디올백 수수 의혹을 포함한 주요 사건에 대해 평소 “올 9월 임기 내 마무리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올 5월 디올백 수사팀에 인력을 보강하고 신속하게 종결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자신의 임기 내 민감한 현안을 끝내고 후임자에게 부담을 덜게 해준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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