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정책금융이 지원됐지만 ‘급한 불 끄기’에 급급해 정책효과가 일시에 그치곤 했습니다. 취약계층 자립에 실질적 도움이 되고 일정한 자금의 순환으로 지속되는 포용금융을 고민할 때가 온 거죠”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산하 ‘포용금융으로 다가서기’ 특위 위원장인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24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지원 대상에는 실질적 보탬이 되고 재정 부담은 최소화할 수 있는 포용금융의 방향을 찾아가자며 이같이 말했다. 포용금융은 말 그대로 금융 서비스에 누구나 소외되지 않고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금융위원회가 추구하는 3대 정책 목표 중 하나다.
코로나19 이후 폐업의 기로에 선 자영업자, 실직 위기에 처한 근로자 등 서민을 대상으로 한 금융 지원책들이 쏟아졌다. 기존 햇살론17보다 금리를 낮춘 ‘햇살론15’, 불법 사금융에 노출된 최저신용자를 위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등 여러 상품이 출시됐고, 100만 원을 15.9%의 고금리로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은 예상을 깨고 완판 행렬을 기록하며 시장 반응이 뜨거웠다.
하지만 이같은 지원책은 ‘반짝 효과’에 그쳐 구조적 선순환을 만들지는 못했다. 지난 3월 기준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4.2%에 달해 11년 만에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고금리와 불경기로 빚을 갚지 못하는 저소득·저신용자는 늘어나는데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할 정부의 곳간은 바닥을 보이며 지원 여력은 줄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의 올 상반기 6개 정책서민금융상품의 대위변제액은 8001억 원으로 작년 동기(6252억 원) 대비 28%나 늘었다.
유 위원장은 “인구구조 변화로 앞으로 재정 부담은 더 늘 수밖에 없다”며 한정된 자원을 운용해 더 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는 포용금융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고민에서 특위가 제안한 정책이 ‘이자 페이백(환급)’이다. 정책금융 성실 상환자를 대상으로 납입 이자 일부를 돌려줘 전액 상환을 유도하고 정책 금융의 부실률도 낮추자는 취지다.
유 위원장은 일부 취약 차주들이 향후 자금 융통 불확실성을 우려해 이자 비용을 감수하고 완납을 미루는 사례를 언급하며 “현재 일정 기간 상환을 마치면 이자율 할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줄이고 이자 페이백을 도입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교수는 해당 정책을 특위에 참여한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가 제안했다며 “(서금원 측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소상공인들에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자립·성장을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도 특위가 도출한 주요 정책 제안이다. 소상공인 대출은 경기 확장기에는 공급이 늘고, 불경기에는 줄어드는 경기 순응성을 보이는데 이런 변동성을 줄이자는 이야기다.
유 위원장은 소상공인들의 자금난이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로 신용평가 문제를 꼽았다. 그는 “소상공인 사업체는 특성이 제각각이라 정형화된 툴을 통한 신용평가가 어렵다”며 “신용도가 높은 고객을 이미 확보한 시중 은행들을 소상공인을 위한 신용평가 기법을 고도화할 유인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면서 최근 시장에서 논의가 한창인 소상공인 특화 제4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힘을 실었다. 점포 비용을 아낀 인터넷은행이 소상공인에 특화된 금융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통해 신용평가 기법을 고도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유 위원장은 “소상공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업자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은행 설립을 준비 중” 이라며 “이들의 계획이 충분히 설득력 있다면 금융 당국이 인허가를 안 해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소상공인 정책금융기관도 설립해 경기 변동에 따른 지원 격차를 최소화하자고 제안했다. 유 위원장은 소상공인 정책금융기관의 형태와 관련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내 정책금융 부서의 확대·독립, 중소기업은행 설립 등 다양한 형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과 달리 각 부처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장시간의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유 위원장은 금융 서비스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일도 포용금융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수익성을 이유로 은행 점포가 빠르게 줄고 있는 만큼 디지털 취약층을 위해 전국 2500여 개 점포를 거느린 우체국에 ‘은행 대리업’을 허용하자는 것이 특위 판단이다. 다만 유 위원장은 “은행도 불완전 판매 사태가 발생하고 있어 무조건적인 대리업 확대는 정답이 아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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