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 체제’ 출범 첫날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하며 당정 화합의 의지를 다졌다. 윤 대통령은 참석자에게 “한 대표를 외롭게 하지 말라”며 챙겼고 한 대표는 “윤 정부의 성공, 정권 재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하며 러브샷을 나눴다.
윤 대통령은 2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야외 정원 파인그라스에서 여당 지도부와 만찬을 했다. 한 대표 당선 하루 만에 윤 대통령의 제안으로 성사된 만찬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원팀’을 강조하며 격의 없는 소통과 대화에 힘을 실었다. 윤 대통령은 맥주로, 한 대표는 콜라로 러브샷을 하는 등 총선과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당정 균열을 말끔히 복원했다. 만찬에는 한 대표와 얼굴을 붉히며 격돌했던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파인그라스 정원에서 “비가 올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며 “다행히 날이 좋다”고 말했다. 또 참석자들과 “국민의힘 파이팅”을 외친 뒤 한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손을 잡고 기념 촬영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파인그라스 내부에서 진행된 만찬에서 윤 대통령은 소통과 대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만찬 메뉴인 삼겹살은 당정대의 통합을 의미한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또 막역한 사이에 먹는 대표적인 한국 음식으로 격의 없이 소통하고 대화해 나가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들 복장도 편하게 대화하자는 윤 대통령의 뜻에 따라 노타이 정장이었다.
한 대표 역시 이날 공식 당무 첫 일성으로 ‘당정 시너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갈등을 빚어온 대통령실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한 대표는 이날 신임 지도부와 함께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로 첫 일정을 소화한 뒤 국회를 예방한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만났다. 한 대표는 “집권 여당의 강점은 국민을 위해 당정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와 집권 여당 모두 여러 저항을 받고 있는데 역경을 이겨내고 좋은 정치를 하기 위해 제가 대통령과 함께 당을 잘 이끌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제(23일) 윤 대통령과 짧게 통화하면서 당내 화합과 단결을 이끌며 최선을 다해 좋은 정치를 하겠다는 포부를 말씀드렸고, 대통령께서도 격려해주셨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당선 직후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인사했으며 윤 대통령은 “고생 많았다. 잘해달라”는 취지로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대표 취임 후 첫 국회 출근길에서도 당정 시너지를 강조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 기간 수차례 얘기해왔듯 국민을 위한 좋은 정치를 하기 위해 당과 정부가 시너지를 내고 이견이 있으면 합리적 토론을 통해 정답을 찾아가야 한다”며 “대통령과의 만찬 자리에서도 그런 얘길 나누겠다”고 말했다.
이번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찬을 계기로 두 사람의 만남이 정례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례 회동 가능성에 대해 “이번 만찬을 계기로 추가로 어떻게 당정이 서로 협력하고 소통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또 향후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당장 오늘은 아니더라도 조율을 통해 추후에 그런 것도 다 열려 있다고 보면 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 대표 낙선자 3명을 초청한 것 또한 당내 화합이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어느 때보다 치열했지만 선거가 끝난 만큼 과거는 잊고 합심해야 한다는 취지다. 홍 정무수석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낙선자들을 같이 부르신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그 부분에 주목을 해주시라. 대통령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는 말씀을 늘 하시지 않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서로 갈등 관계를 해소해야 향후 정치력이 강해진다는 점에서 결국에 원팀으로 활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검사 시절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나눴던 어법을 정치권에서 여의도 어법으로 해석하다 보니 갈등 관계가 있었던 거 같다”며 “두 사람의 관계가 있는 만큼 향후 관계가 급속도로 개선될 수 있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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