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빈 자리를 빼앗는다는 꼬리표가 붙을텐데 누가 지원하겠습니까?"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날 때부터 1~2년 공백은 각오했기 때문에 지원자가 거의 없을 겁니다. "
의대 정원 증원 등에 반발해 사직한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됐지만 교수들의 '보이콧'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가톨릭의대 안과학교실 교수들은 24일 성명서를 내고 "2024년 9월 후반기 전공의 모집 의사가 없다"며 "우리 교실의 의사에 반해 전공의 모집이 진행될 경우 후반기 입사한 전공의에 대해 모든 교육과 지도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제자인 사직 전공의 자리를 다른 전공의들로 메우라는 보건복지부의 일방적인 강요에 분명한 거부 의사를 표한다"며 "제대로 되지 않은 강압적이고 비정상적인 모집을 통해 다른 전공의들이 빈자리에 들어오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정상적 경쟁과 검증 절차를 거쳐 선발한 전공의들만이 유일한 제자·동료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자리를 빼앗는 일에 동조하는 것은 교육자 양심에 어긋난다는 게 거부의 이유다.
이들은 "보건복지부가 땜질식 조치로 후반기 전공의 모집을 시행하도록 수련병원들을 압박하고 있으며 따르지 않을 시 각종 불이익을 언급하는 등 권위주의적이고 폭압적인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며 ""의료 교육현장의 전문가 의견을 묵살하고 강압적으로 전공의 모집을 강행하려는 보건복지부의 시도가 위태롭게 겨우 유지되고 있는 현재의 의료상황에 엄청난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명의 목적을 두고는 "잘못된 인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후반기 모집에 지원하는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적었다.
가톨릭의대는 앞서 영상의학교실 차원에서도 성명을 통해 "후반기 전공의 모집 의사가 없다"며 "전공의 모집을 강행하면 향후 전공의의 정상적인 수련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서울·은평·여의도·의정부·부천·인천·대전·성빈센트) 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교수 총회를 진행한 후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멈춘다면 최선을 다해 협력하겠다"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수련 현장 교수들은 9월 모집 전공의 정원을 인정하지 못한다. 이들을 제대로 교육하는 것은 어렵다는 선언을 하고 있다"며 "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지역 의료 붕괴를 부채질하고 전공의 수련을 황폐하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산하 8개 병원에서 하반기에 전공의 1091명을 뽑겠다고 복지부에 신청한 상태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지 사흘차에 접어들었지만 전공의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전국 수련병원들이 복지부에 신청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은 7707명이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교육과 수련을 담당할 교수들마저 하반기에 뽑힌 전공의들을 교육하지 않겠다거나, 제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식으로 반응하면서 파행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날(23일)에는 가톨릭대·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울산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6개 의대 비대위원장 명의로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애시당초 하반기 모집에 관심을 보이는 전공의가 많지도 않았지만 교수들의 강경한 반응 탓에 그마저도 크게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의대 교수들은 오는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 때 한시 특례를 적용한다는 정부의 조치에 대해 '갈라치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성근 가톨릭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내세운 명분대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라면 내년 3월에도 전공의 모집 요건을 완화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사직 전공의들이 돌아올 자리를 비워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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