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국가고시 원서 접수가 마감됐으나 응시한 의대생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초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의료 공백이 약 6개월간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신규 의사 배출마저 사실상 끊기는 셈이다. 정부는 추가 시험 실시로 의대생을 설득하는 한편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27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이 지난 22일부터 실시한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접수가 전날 오후 6시 마감됐다. 원서 접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국시 응시 예정자의 시험 응시 비율은 10% 안팎에 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이달 21일 의사 국시 응시 예정자인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 3015명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 2903명 중 95.52%가 국시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의대생들이 수업 거부에 이어 의사 국시 응시도 거부함에 따라 내년 배출되는 의사는 극소수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매년 3000천명가량 배출되던 신규 의사 공급이 끊기는 셈이다. 대형병원에서 수련을 시작하는 전공의들이 사라질 뿐 아니라 전문의 배출도 밀릴 수밖에 없어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는 모양새다.
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고려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동의서를 제출한 학생 중에서 국시 실기 접수를 하지 않을 학생까지 고려하면 본과 4학년 중 국시 미응시자는 95.5% 이상일 것”이라며 “대학병원의 수련 시스템이 한 번 무너지면 가뜩이나 입지가 줄어드는 바이탈(필수의료) 진료 과의 전공의 지원이 급감하고 아예 전공의 수련 명맥이 끊어지는 최악이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이어 “신규 의사, 전문의 배출이 없고 전공의도 없는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해결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며 “정부가 포용적 조치로 험난한 위기를 극복하는 전화위복의 국정 운영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2025년도 의대 증원 계획을 철회해달라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의대생들의 국시 응시를 최대한 설득하기로 했다. 앞서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반장)은 “교육부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 등으로 의대생들이 많이 복귀한다면 국시를 추가 실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공의 숫자가 대폭 줄어들더라도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 등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해 중증·응급 환자 진료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국회 입법으로 진료지원(PA) 간호사가 합법화되면 의료 현장에서 더 많은 PA 간호사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보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의대생, 전공의 관련 이슈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비상 진료 체계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다음주부터는 범정부 차원의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도 주 2회에서 1회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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