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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요원’ 北에 넘어갔나? 軍 정보사 “기밀 유출 6월초 인지…해킹 아니다”[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군사기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영장 발부

중국 동포가 北 정찰총국 정보원일 가능

내부 조력자 있었는지 여부도 수사 대상

국방부 중앙군사법원. 연합뉴스




중앙군사법원이 30일 군 정보요원의 신상정보 등 군사기밀 유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외국에서 신분을 위장하고 첩보 활동을 하는 정보사 ‘블랙 요원’의 신상 및 개인 정보와 함께 다수의 기밀을 중국 동포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군 검찰은 전날 A씨에 대해 군사기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재 수사 중인 국군방첩사령부는 북한 관련 첩보 업무에 종사하는 요원의 개인정보 등이 유출된 것을 확인했다.

정보사는 기밀 유출 방지와 컴퓨터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이동식기억장치(USB)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군사기밀의 복사와 이동은 관리자의 승인을 얻어 종이로 출력해야 한다. 하지만 A씨 개인 노트북에 기밀 정보가 담겼다는 건 이런 보안 절차를 모두 어겼다는 것이다. 군사기밀을 개인 노트북으로 옮긴 행위 자체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다.

군 수사기관은 A씨한테서 기밀을 넘겨 받은 중국 동포는 북한 정찰총국의 정보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 집중해 수사 중이다.

반면 A씨는 자신의 노트북이 해킹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군 수사기관은 노트북에 기밀자료를 두고 해킹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방치했을 가능성 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인지는 6월초, 곧바로 직무배제”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국군정보사령부는 소속 군무원의 군사 기밀 인지 시점에 대해 “사건 인지는 6월께이며 유관 정보기관으로부터 통보받아 알았다”고 밝혔다.

정보사는 특히 이번 기밀 유출이 해킹에 의한 것은 확실히 아니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건 인지 이후 해당 군무원을 직무에서 배제한 데 이어 해외 파견 인원 즉각 복귀, 요원 출장 금지, 시스템 정밀 점검 등 조치를 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 1차장 출신인 정보위 야당 간사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속영장 청구 시점이 늦었다는 지적과 관련해 “구속영장은 수사 최종 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인신 구속 이전에 여러 과정이 있다”며 “구속영장이 언제, 어떻게 떨어졌는지에 대해 국방부와 국방정보본부가 조율해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당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도 “의원들 질의에 ‘(기밀 유출) 최초 인지 시점부터 구속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있었다”면서 “사령관 및 기관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 의원들이 그 정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고 밝혔다.



정보위 여야 간사는 ‘해킹으로 기밀이 유출됐다’는 A씨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는 점도 확인하고 구속이 늦어진 것에 대해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기밀 유출) 의도는 수사를 해야 해 말씀드릴 수 없다”며 “확실한 것은 해킹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보안 유출, 기밀 누설과 관련한 간첩 (혐의) 부분이 확정되는 조사 기간이 최소 수개월”이라며 “(이번 사건의 경우) 6월 초부터 2개월 걸렸는데 많이 걸린 게 아니다”고 했다.

수사 관건은 기밀 北 넘어갔는지 여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기까지는 실질심사 이후 채 몇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다고 군사법원이 판단했다는 방증이다. 앞으로 수사의 관건은 유출된 다수의 기밀이 북한으로 흘러들어 갔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폐쇄된 군의 인트라넷으로 검색 조차 되지 않는 블랙 요원들의 이름과 나이 등 신상 정보를 A씨가 왜 모았고, 고의성을 갖고 유출했는지 등을 면밀하게 수사해야 한다. 이에 군 수사기관은 군에서도 극소수만 알고 있고 정리된 명단 형태로 존재하지도 않는 정보를 A씨가 노트북에 저장한 경위 등을 집중해서 들여다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보사 내부망은 USB 등의 연결이 불가능하고 A씨는 인사 관련 부서에서 일한 적이 없어서 내부 조력자가 있었는지 여부도 수사 대상이다

현재 A씨가 북한의 지령을 받고 정보를 넘겼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A씨에 대한 영장을 신청하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간첩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려면 국가기밀을 북한에 넘긴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 현행 형법상 간첩죄는 국가기밀을 ‘적국’에 넘겼을 때 적용되는데, 한국의 적국은 북한뿐이기 때문이다.

다만 군 수사기관은 A씨 노트북에서 중국 동포에게 기밀이 유출된 정황을 포착했고, 이 중국 동포가 북한 정보기관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A씨가 이런 상황들을 알고도 고의로 기밀을 유출한 증거를 확보한다면 군사기밀누설 혐의뿐만 형법상 간첩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간첩 혐의로 기소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려면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해 혐의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간 수사가 필요한데, 사안이 중대해 일단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구속했다”며 “향후 수사를 통해 A씨와 중국 동포와의 관계, 중국 동포와 북한과의 관계, 정확한 기밀 유출 경위를 밝히데 집중해 수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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