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공의 모집 응시율이 약 1%로 저조하자 정부가 이달 중 추가 모집을 실시하기로 했다.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더라도 추가 지원책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복귀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해 왔던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 의료공백 장기화는 불가피하게 됐다.
1일 정부에 따르면 전일 오후 5시까지 126개 의료기관이 하반기 수련 지원서를 받은 결과 전체 모집 인원 7645명에 104명(1.4%)만 응시했다. 전체 104명 지원자 중 인턴은 13명, 레지던트는 91명이다. 정부는 1년 내 같은 전공·연차로 복귀할 수 없다는 수련 규정을 완화해 비수도권 전공의들이 수도권 수련병원에 몰릴 것이라 기대했으나 ‘빅5’ 병원 지원자도 45명에 불과했다.
저조한 응시율에 보건복지부는 “전공의들에게 수련 복귀 기회를 최대한 부여한다”며 이달 중 추가 모집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상세 일정은 이달 초 공고된다. 복지부가 지난달 3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더라도 추가 지원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틀 만에 번복한 셈이다.
정부가 추가 모집을 실시하고 또 다른 복귀 지원책을 내놓는다 해도 전공의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공의들은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 등을 수용하지 않으면 복귀하지 않겠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현재 사직한 전공의 대부분은 개원가 취업이나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까지 대형 병원의 의료공백과 경영난 장기화는 불가피하게 됐다. 올해 초 전공의 이탈 이후 진료가 급감하며 수련병원들은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특히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빅5 병원들은 하루에 수십억 원씩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의사를 제외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았고 서울아산병원은 희망퇴직 신청까지 받았다.
정부는 전공의 추가 모집을 진행하는 한편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등 의료개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바꾸는 방안을 포함한 의료 인력 수급 추계·조정 체계 합리화 등 1차 의료개혁 방안은 이달 말 발표된다. 정부는 올 연말에 실손보험 구조 개혁 등 2차 개혁 방안, 내년에 의사 면허제도 선진화 등 3차 개혁 방안도 내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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