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대통령 임명장을 받기도 전에 국회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이 됐다. 여당은 탄핵소추를 주도한 야당을 향해 “무고 탄핵이자 국정 테러”라고 거세게 반발했지만 야당은 국정조사 카드까지 꺼내들며 일방통행을 가속화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새로운미래·기본소득당 등 야 6당은 1일 각 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국회에 접수했다. 방통위 수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에 이어 네 번째 발의다.
탄핵소추 사유로는 △상임위원 2명만으로 공영방송 임원 선임 의결 △기피 신청 의결 참여 권한이 없음에도 기피 신청 기각 △공정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회의 소집 등이 적시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현 민주당 의원은 “공영방송 장악을 멈출 생각이 없는 윤석열 정권에 엄중한 경고를 전달하기 위해 탄핵에 나섰다”고 탄핵소추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무조건적인 탄핵은 반대한다”고 밝힌 개혁신당은 이번 탄핵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탄핵안은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 바로 보고됐다. 보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하는 국회법에 따라 야당은 2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가 가능한 만큼 탄핵안은 야당 주도로 무리 없이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최장 6개월간 이 위원장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방통위 업무도 당분간 마비가 불가피하다. 이날 윤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이 위원장은 야당의 탄핵 추진과 관련한 대응 방안을 묻는 취재진에 “시간을 두고 한번 보자”고 답하며 사실상 사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야권의 집중 공세를 의식한 듯 윤 대통령은 이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고생 많으시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헌재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헌재 최종 결정 전까지 김태규 부위원장이 직무대행을 하는 1인 체제로 전환돼 주요 의결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추진하는 탄핵에 명분이 없다는 점을 부각하며 전투 태세를 강화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탄핵이라는 헌법상 중대한 제도를 정치적 잔기술로 희화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본회의 직전 국회에서 진행한 규탄 대회에서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습관성 탄핵 중독증은 단 하루도 탄핵을 끊지 못할 만큼 금단 현상이 극에 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여당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8월 국회에서 ‘방송 장악 국정조사’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방통위 2인 체제 의결 위법성을 밝히기 위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기가 끝나는 이달 12일 전 국정조사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야권의 주장이다. 과방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을 찾아 국정조사 결단을 촉구했다. 야당은 이미 8월 국회에 ‘채 상병 특검법’ 재발의와 ‘한동훈·김건희 특검법’ 등도 추진을 예고하고 있어 여야 강 대 강 대치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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