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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방통위' 감수…용산 '오물탄핵' 정면돌파

■巨野, 임명 사흘만에 이진숙 탄핵 강행

대통령실 "탄핵될 행위 뭐 했나"

헌재 심판에서도 승산있다 판단

방통위 최장 180일 공백 불가피

기각땐 '野 탄핵중독' 역풍 직면

野는 '공영방송 이사선임' 청문회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을 시작하자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퇴장하고 있다. 권욱 기자




윤석열 정부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직무 정지를 감수하고서라도 야당의 탄핵소추안을 정면 돌파하기로 한 배경에는 거대 야당의 탄핵 횡포에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비장함이 깔려 있다. ‘오물 탄핵’이라는 표현에서 보듯 윤석열 정부 들어 반복되고 있는 방통위 수장에 대한 ‘무한 탄핵 굴레’를 끊을 때가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야당의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이 임명된 지 사흘, 업무를 본 지 하루 만에 진행된 만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도 승산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서 방통위는 최소 석 달 이상 마비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2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되자 “방통위원장이 근무한 단 하루 동안 도대체 어떻게 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도 입장문을 내고 “거대 야당의 탄핵소추라는 횡포에 당당히 맞서고자 한다”면서 “탄핵소추의 부당함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헌재에서 이 위원장 탄핵안이 각하 또는 기각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가 짙다. 야당은 방통위가 ‘2인 체제’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한 것 자체가 위법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통령실은 법률적 요건을 갖춘 정당한 업무일 뿐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서 탄핵안이 제출된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과 이상인 전 부위원장(직무대행)의 경우 국회 표결 직전 자진사퇴를 택했다.

야당 주도의 ‘탄핵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는 분석이다. 헌재가 이 위원장의 손을 들어준다면 정치적 역풍이 야당을 향하면서 탄핵안 발의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민주당 등 야권은 윤석열 정부에서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검사 3인(안동완·손준성·이정섭)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이 장관과 안동완 검사 탄핵안은 헌재에서 기각돼 무리한 탄핵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자진 사퇴를 해버리면 ‘후임자 발탁→국회 청문회→탄핵소추’ 사이클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헌재 판단에 따라 야당은 정치적 심판뿐 아니라 법률적 책임도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만 방송 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의 주무 부처인 방통위가 수개월째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은 부담이다. 이 위원장의 직무 정지로 전체회의를 개최하지 못하게 되면서 쌓여있는 안건들의 의결도 불가능해졌기 때문. 방통위가 올 해 업무계획으로 추진 중인 핵심 과제 중 애플리케이션 마켓 제재, 미디어와 인공지능(AI) 관련 법 제정, 단말기유통법 폐지 등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위원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통합 미디어법’ 제정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야권은 이 위원장 탄핵안 통과와는 별도로 윤석열 정부와 방통위를 향한 압박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야당 주도로 열린 전체회의에서 9일 ‘불법적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야권은 이 위원장을 비롯해 김태규 부위원장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서기석·권순범·정재권 KBS 이사 등 28명을 증인으로 채택됐다. 6일에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의 적절성을 확인하기 위한 방통위 현장 검증도 실시할 계획이다.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 질의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자리가 비어 있다. 권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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