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정부는 내년 건강보험료율을 소폭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건보료율이 이례적으로 동결됐던 만큼 2년 연속 보험료를 올리지 않으면 건보 재정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달 중 건강보험 최고 의결 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 건보료율을 결정한다. 건정심 안팎에서는 내년 건보료율을 1%대 내외로 인상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보 당국이 재정 안정을 도모하려면 올해 동결했던 건보료율을 내년에는 어떻게든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여러 지표를 고려할 때 건보료율을 동결하면 (건보 재정) 적자는 뻔하다”며 1% 인상을 주장했지만 올해 건보료율은 7년 만에 동결됐다. 고물가·고금리로 서민 생활이 어려운 데다 올해 총선을 앞두고 공공요금 인상을 차단하려는 이유였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당분간 물가가 안정적일 것이라는 정부의 전망은 건보료율 인상에 힘이 실리는 요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지만 정부는 이달부터 물가 상승률이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움직임에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아직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고 현재 건강보험 곳간이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건보 당국은 인상률을 최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몇 년간 건보 재정이 흑자를 기록하면서 누적 적립금은 지난달 약 28조 원으로 사상 최대에 달했다. 올 들어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로 정부가 비상 진료 체계를 유지하며 건보 재정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복지부 관계자는 “수련병원의 진료량이 20~30%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문제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건보 적립금이 쌓여 있고 올 6월까지도 재정 사정이 나빠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올해 건보료율은 지난해와 같은 7.09%로 동결됐다. 건보료율이 동결된 것은 2017년도 이후 7년 만으로 2009년을 포함해 역대 세 번째였다. 2017년을 제외하면 2010년 이후 건보료율은 최대 5.9%까지 매년 올랐다. 건보료율 인상과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도 건보료율은 이달 중 건정심에서 논의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인상률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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