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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 노디스크는 ‘새로운 노키아’, 성장 멈추면 덴마크도 멈출 것”

덴마크 일자리 5개 중 1개 창출

노키아 쇠퇴로 핀란드 경제도 ‘흔들’

다른 기업들로도 경제를 뒷받침해야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 사진제공=노보 노디스크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이하 노보)가 성장을 멈추면, 덴마크도 성장을 멈출 가능성이 높다.”

2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은 ‘덴마크 경제와 노보’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핀란드가 빠졌던 ‘노키아의 함정(Nokia trap)’과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보는 비만 치료제 열풍과 함께 가장 화제가 된 기업이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유사체 기반의 당뇨 치료제인 ‘오젬픽’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개발해 2019년에서 2023년 사이에 순이익이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주가는 새로운 정점으로 치솟았다. 올해 1분기 매출은 653억 4900만 크로네(13조 원)로, 지난해 1분기보다 24% 증가했다. 이 가운데 비만치료제의 매출은 42% 늘었으며, 품목별로는 위고비가 93억 7700만 크로네(1조 9000원)를 기록해 107% 뛰었다. 위고비의 분기 매출이 국내 최상위권 제약사의 연간 매출을 뛰어넘는 셈이다.

NPR 분석에 따르면 덴마크 경제는 노보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가 됐다. 지난해 창출된 덴마크 일자리 5개 중 거의 1개가 노보에서 직접 창출됐다. 노보가 간접적으로 창출한 일자리(노보의 공급업체나 상점과 식당에서 돈을 쓰는 모든 부유한 노보 직원들)를 포함하면 덴마크에서 창출된 모든 민간 부문 비농업 일자리의 거의 절반이 노보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보의 의약품 판매는 덴마크의 통화정책도 움직였다. 노보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의 상당 부분을 덴마크 통화인 크로네로 환전해 덴마크에서 직원 급여와 세금을 지불하고 덴마크에 공장을 확장한다. 문제는 이로 인해 크로네 통화 가치 상승 압력이 커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크로네는 덴마크가 환율을 유로로 고정하기 때문에 가치가 많이 오를 수 없다. 결국 덴마크 중앙은행은 통화 강세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금리를 낮게 유지해 대응해야 했다.

경제학자들은 덴마크가 핀란드의 ‘노키아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노키아는 핀란드 성장 4분의 1을 담당했고 핀란드 수출의 20% 이상을 창출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애플과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면서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세계 금융 위기가 닥치며 핀란드 경제는 가파르게 쇠퇴했고 더디게 회복했다.

NPR은 “각국은 이미 노보의 의약품에 대해 더 엄격한 가격 통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노보의 오젬픽에 대한 특허는 10년 이내에 만료되는데, 이 시점이 되면 제네릭 의약품 제조업체와의 경쟁에 맞서 싸워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다른 덴마크 기업들이 더 빠르게 성장하고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 덴마크의 경제 성장이 하나가 아닌 여러 회사에 의해 주도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노보의 성공을 경제 전체의 성공과 동일시하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핀란드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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