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과 파리 올림픽을 합쳐 무려 금메달 6개를 딴 임시현(21·한국체대)은 연속 3관왕의 대업을 자평하며 '바늘구멍을 뚫었다'고 표현했다.
임시현은 3일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대표팀 막내 남수현(19·순천시청)을 7대3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올랐던 임시현은 올림픽 무대에서도 3관왕에 등극하며 세계 최강의 궁사임을 입증했다.
올림픽에서 양궁 3관왕이 탄생한 건 혼성전이 처음 도입된 2021년 도쿄 대회 안산(광주은행)에 이어 임시현이 두 번째다.
경기 후 금메달을 목에 걸고 공동취재구역에 선 임시현은 "아시안게임 바로 다음 대회인 파리 올림픽에서 또 3관왕을 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가 '항저우에서 3관왕을 했는데 바로 다음 대회에서 또 3관왕을 하는 게 쉬울 거 같냐'고 하더라"라며 "그런데 그 바늘구멍을 통과해버렸다"고 웃었다.
이제 임시현의 목표는 이 기량과 위상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다. 양창훈 감독도 앞서 취재진에게 임시현과 은메달리스트 남수현이 10년 이상 전성기를 누렸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임시현은 롤모델로 현역 최고 궁사로 평가받는 김우진(32·청주시청)을 꼽았다. 둘은 전날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합작했다. 임시현은 "우진 오빠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 우진 오빠의 장점이 꾸준함이라 생각하는데 그 위치에서 꾸준할 수 있는 선수가 과연 몇이나 될까 생각했다"며 "계속 옆에서 보면서 많이 배우겠다"고 말했다.
임시현은 승부처면 어김없이 10점에 화살을 적중하는 비결이 '억울함'이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빨리 끝나버리면 너무 아쉽지 않나. 그래서 더 악착같이 쏘는 게 아닐까 싶다"고 웃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동안 하루에 수백발씩 화살을 쐈다는 임시현은 "이제 잠을 좀 자고 싶다. 정말 좀 푹 쉬고 싶다"고 말했다. 생애 처음으로 나선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쓸어온 임시현은 하나만 더 추가하면 '신궁' 김수녕(금메달 4개)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2개를 따면 김수녕의 기록을 넘는다.
김수녕은 한국 양궁 최초의 다관왕이다. 1988년 서울 대회에서 여자 개인전, 여자 단체전에서 우승해 한국 스포츠 사상 첫 올림픽 2관왕에 올랐다. 1992년 바르셀로나, 2000년 시드니 대회(이상 여자 단체전)에서도 금메달 1개씩을 수확했다. 여자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금메달을 한국에 안겼다. 임시현이 기량을 유지한다면 당장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김수녕을 따라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임시현은 지금으로서는 2028 LA 올림픽 같은 '미래'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열심히 달려온 만큼 보상으로 얻은 현재의 기쁨에 더 취하고 싶다. 임시현은 "다음 올림픽은 4년 뒤 아닌가. 난 지금을 조금 더 즐겨보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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