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균형 발전을 위해 남부에 편중돼 있던 도 산하 공공기관을 경기 동북부로 이전하겠다고 밝힌 지 4년이 지났지만 이전 작업이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도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도는 일정에 따라 추진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정작 해당 지자체들과의 논의는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최근 경기도가 발표한 ‘경기북부 대개발’ 발표 이후에도 이렇다 할 후속 대책이 없자 지역에서는 ‘희망고문’이라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4일 경기도에 따르면, 이전 대상 도 산하 공공기관 15곳 가운데 김동연 경기도지사 취임 후 이전이 현실화된 곳은 경기도사회버스원 한곳뿐이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2021년 2월 도는 산하 공공기관 27곳 중 15곳을 경기 동북부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었다.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이 지난 2021년 유통센터가 위치한 경기 광주로 옮겼지만 애초에 직원 대부분이 근무했던 곳인 데다 경기교통공사와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은 설립과 동시에 각각 양주와 김포에 자리 잡아 이전으로 보기 어렵다.
나머지 11곳 중 3곳은 임대를 통해 이전하고 8곳은 청사를 신축할 계획이다. 세부 일정을 보면 △경기도여성가족재단(2024년, 이천) △경기연구원(2025년, 의정부) △경기주택도시공사(2026년, 구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2027년, 파주) △경기도일자리재단(2027년, 동두천) △경기복지재단(2028년, 안성) △경기관광공사·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경기문화재단(2028년, 고양) △경기신용보증재단(2029년, 남양주) 등이다.
이전 대상기관 가운데 규모 면에서 ‘빅3’로 꼽히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은 당초 내년 말 입주가 예정돼 있었으나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당시 11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경과원을 유치한 파주시는 도의 재정여건을 고려해 10년 분납으로 시유지를 내주고, 행정절차도 마친 상태다. 하지만 경기도와의 소통 부재로 파주시는 준공 일정이 미뤄진 사실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열린 경제노동위원회 회의에서 경기도 고위 관계자가 “파주시는 경과원 유치에 비협조적이다. 인센티브 등을 적극 고려하고 협의해 달라”면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해 지역 내 여론은 급속도로 냉담해졌다.
파주시 관계자는 “당장이라도 착공이 가능하도록 절차를 모두 마친 데다 4차례에 걸친 실무협의에서 한 마디도 없이 비협조적이라는 발언에 황당하기만 하다”며 “특히 지난해 10월 경과원장까지 참석하기로 했던 5차 실무협의도 일방적으로 중단한 뒤 준공 일정이 연기된 것도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되는 등 아무 진전도 논의도 없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에 시민단체도 경과원 이전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섰다.
경기관광공사 등 3곳의 공공기관 이전이 내년으로 예정 돼 있던 고양시도 2028년으로 미뤄졌고, 의정부시는 경기연구원이 당장 내년 입주를 시작해야 하지만 착공도 하지 못하는 등 이전 대상 지자체 대부분이 일정에 차질을 빚거나 답보상태에 놓이면서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경기주택도시공사(GH) 이전 예정지인 구리시가 서울 편입을 추진하고 있는 데다 GH 일부 부서가 신사옥으로 이전해 상황은 더 꼬였다. 더구나 올해 이전 관련 예산도 편성하지 않아 ‘북부홀대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김완규 경기도의원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역점 사업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해 공을 들인 반면 공공기관 이전은 김 지사 취임 후 단 한 건에 불과하고, 예산도 책정하지 않았다”며 “김포시와 고양시가 경기도를 떠나 ‘메가시티 서울’을 부르짖는 이유는 경기도 홀대에서 벗어나 자족도시가 되기 위함”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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