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크 하시나(76) 방글라데시 총리가 격화하는 반정부 시위에 결국 15년간의 장기 집권을 끝내고 사임했다.
5일(현지 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와커 우즈 자만 육군 참모총장은 이날 현지 국영TV를 통한 대국민 연설에서 하시나 총리의 사임과 도피 사실을 밝혔다. 또 임시정부 구성을 위해 주요 야당 및 시민사회단체와 회담을 했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군은 2007년에도 대규모 불안 사태가 퍼지자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2년 동안 군이 지원하는 과도정부를 세운 바 있다.
하시나 총리와 가까운 한 소식통은 이날 수천 명의 시위대가 군부의 통금령을 뚫고 총리 관저에 진입하자 하시나 총리가 군 헬기를 이용해 방글라데시를 떠났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방글라데시 현지 일간지는 하시나 총리가 인도로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하시나 총리가 물러났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번 사태는 6월 방글라데시 정부가 독립유공자 자녀에게 공직 30%를 할당하는 정책을 추진하며 촉발됐다. 2018년 대학생 시위로 폐지됐던 해당 제도가 부활하자 구직난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이 반발하며 지난달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방글라데시 정부는 강경 대응으로 맞서면서 약 200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대법원이 공직 할당 규모를 5%로 완화한 중재안을 내놓으며 시위는 잠시 주춤하는 듯했다. 하지만 시위대가 요구한 시위 체포자 석방과 하시나 총리 사과 등이 수용되지 않자 시위대는 지난달 말 시위를 재개했다. 일반 시민까지 가세하면서 총리 퇴진을 요구하고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이달 4일에는 하루에만 약 100명이 사망했다. 이번 사태로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3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오는 등 하시나 총리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방글라데시 초대 대통령인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1920∼1975년)의 장녀인 하시나 총리는 반독재 투쟁과 투옥 등을 거쳐 1996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집권, 2001년 7월까지 총리직을 수행했다. 이후 경제 파탄과 부정부패 등으로 인해 실각했고 절치부심 끝에 2008년 총선에서 다시 승리해 2009년 1월부터 5번째 총리직을 맡고 있다. 야권과 서방은 그가 권위주의적 통치로 반대파와 인권을 탄압한다고 비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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