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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려는 의도 아니었다”는 안세영, ‘협회’와 대화 나설까

파리서 ‘폭탄 발언’ 안세영 귀국

“협회·팀과 상의 후…” 대화가능성

협회 “귀 기울여 문제 파악 약속”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7일 귀국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천=이호재 기자




입국장 게이트를 빠져나오는 안세영. 인천=이호재 기자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라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기 위해, 그렇게 이해해 달라는 마음으로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한국 배드민턴에 28년 만의 올림픽 단식 금메달을 안긴 안세영(22·삼성생명)이 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팬들의 환호에 환하게 웃으며 입국장을 나선 안세영은 취재진 앞에서는 이내 표정이 무거워졌다.

금의환향이지만 그 흔한 축하 플래카드도 없었다. 해당 종목 협회가 플래카드를 준비하고 협회장이 꽃다발을 건네는 등 직접 축하하는 게 보통이지만 안세영과 협회 사이는 벌어져 있다.

5일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을 제패한 안세영은 우승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와 금메달 기자회견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직격했다. 지난해 자신이 심각한 무릎 부상을 당했을 때 정확한 진단을 가져오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것, 쉬어야 하는 대회는 나가도록 강제하고 나가고 싶은 대회는 막는 등 스케줄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 전통적 강세 종목인 복식에 치우친 대표팀 운영 시스템 등을 얘기하며 작정한 듯 분노를 쏟아냈다. 그러면서 현 체제의 협회와는 함께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파리를 떠나며 “지금 (상황이) 많이 복잡하다. 한국에 가서 이야기해드리겠다”고 한 안세영은 일단 귀국 인터뷰에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추가로 협회에 유감을 표시하거나 논란이 되는 사안들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고 빠르게 현장을 떠났다.



“이제 막 한국에 도착했다. 아직 협회와 이야기를 나눈 것이 없고 (소속)팀과도 상의한 것이 없다”며 “더 자세한 내용은 상의한 뒤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한발 물러서 협회와 대화로 풀어갈 가능성도 내비친 셈이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역시 “협회, 팀과 이야기하지 못했다. 최대한 이야기해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한 안세영은 소속팀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갑자기 자리를 뜨더니 준비돼 있던 삼성생명 배드민턴단 버스에 올라 이동했다.

함께 귀국한 김학균 대표팀 감독도 “나중에 정리해서 말씀드리겠다. 오늘은 드릴 말씀이 없다. 생각 좀 해보고 말씀드리겠다”는 말만 남겼다.

한편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은 선수단에 앞서 이날 오전 귀국하며 “선수 측과 갈등은 있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릎 부상) 오진에 관한 내용은 확인이 필요하다. 사실 협회에서 무슨 잘못을 많이 한 것처럼 보이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김 회장은 2021년부터 경선을 통해 협회장직을 맡고 있다. 엘리트 선수 출신이 아닌 생활체육인 출신으로 충남배드민턴협회 회장을 지냈다.

이날 사격 대표팀을 환영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은 “선수와 협회 양쪽 얘기를 일단 다 들어봐야 한다. 보다 자세하고 꼼꼼하게 알아볼 참”이라고 했다.

안세영과 협회 간 갈등의 한 원인으로 꼽히는 전담 트레이너 문제에 대해 안세영은 협회의 배려가 부족했다는 입장이고 협회는 트레이너 본인이 계약 연장을 바라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안세영은 대표팀 선수 중 유일하게 1대1 전담 트레이너(한수정씨)를 두고 의지해왔지만 한씨는 1년 계약 만료로 파리 올림픽에 합류하지 못했다.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안세영 입장에서는 이른바 ‘전담팀’을 꾸리는 방법도 생각할 만하다. 수영 스타 박태환이 그렇게 활동한 적 있다. 하지만 협회 입장에서는 간판 스타가 대표팀에서 빠지면 외부 지원이 축소되는 등의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협회는 안세영 귀국 후 낸 보도자료를 통해 “대표팀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면담을 진행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훈련 방식 및 체력운동 프로그램 방식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공유할 것”이라며 “안세영 선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문제점을 파악하고 협회가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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