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스전을 발견하면서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링수이 36-1’이라고 이름 붙여진 가스전을 발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해당 가스전에는 1000억 ㎥ 이상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CNOOC는 이 가스전에 대해 “초심해에 위치한 세계 최초의 초저수심 가스전”이라고 설명했다.
CNOOC는 다만 가스전의 정확한 위치를 명시하지 않고 중국 최남단 섬 지역인 하이난 남동쪽 해역에 있다고만 밝혔다. 그러면서 “링수이 36-1 가스전은 남중국해 서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평균 수심은 약 1500m”라며 “가스의 평균 매장 깊이는 210m”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스전은 하루 1000만 ㎥이상의 천연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우신후아이 CNOOC 최고경영자(CEO)도 “이번 발견으로 남중국해의 천연가스 지질 매장량은 1조 ㎥를 넘어섰다”며 “앞으로도 남중국해에서 탄화수소 탐사 및 개발을 강화하고 에너지 공급 능력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입국이다. 2023년 기준 약 643억 달러어치(약 87조 5700억 원)에 해당하는 액화 및 파이프 가스 1억 2000만 톤을 수입했다. 대규모 가스전 발견은 중국 에너지 안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SCMP는 짚었다.
다만 이번 발견이 지역 내 안보 긴장을 높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남중국해는 중국·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브루나이·대만 등 여러 국가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분쟁 지역이다. 특히 중국은 U자 형태로 그은 9개의 선(구단선)을 근거로 남중국해 90%가량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면서 다른 국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그중에서도 석유·천연가스 탐사 및 개발 시도는 분쟁의 씨앗이 되는 경우가 잦았다. 앞서 2014년 CNOOC의 석유 시추선 ‘해양석유 981호’가 파라셀제도에서 작업을 하다가 베트남에서 광범위한 반중 시위를 촉발시켰다. 중국 역시 남중국해에서 말레이시아 가스 프로젝트 운영을 방해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분쟁 지역 뱅가드뱅크에서도 석유 시추 작업을 두고 베트남과 수시로 대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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