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태권도 남자 80㎏급 사상 첫 번째 메달을 노린 서건우(21·한국체대)가 파리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서건우는 10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대회 남자 80㎏급 3위 결정전에서 에디 흐르니치(덴마크)에게 라운드 점수 0대2(2대15 8대11)로 패했다. 이로써 우리나라에서 이 체급 최초로 올림픽에 출전한 서건우의 첫 번째 도전도 아쉽게 메달 없이 마무리됐다.
16강에서 호아킨 추르칠(칠레), 8강에서 엔히키 마르케스 페르난지스(브라질)를 잡은 서건우는 결승 문턱에서 이란의 메흐란 바르호르다리에게 라운드 점수 1대2(4대2 9대13 8대12)로 졌다. 아쉬움을 삼킨 서건우는 곧장 3위 결정전으로 밀려나 동메달을 노렸으나 덴마크의 복병 흐르니치에게 덜미가 잡혔다.
세계태권도연맹(WT)이 올림픽 직전인 6월까지 집계한 겨루기 랭킹에서 서건우는 4위, 흐르니치는 27위다. 서건우는 1라운드 시작 22초 만에 흐르니치에게 3연속으로 몸통을 얻어맞고 0대6으로 끌려갔다. 이후 두 차례 상대 감점을 유도하며 숨을 고르는 듯했다. 그러나 연이은 감점과 상대의 유효타가 쏟아지면서 1라운드를 2대15로 크게 뒤진 채 마쳤다.
다급해진 서건우는 2라운드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다. 초반부터 상대 품 안으로 파고들며 접근전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13초 만에 두 차례 몸통을 얻어맞는 등 라운드 초반 주도권을 내줬다. 서로 몸통 공격이 오고 간 가운데 8대4로 앞선 흐르니치는 자꾸 가까이 붙는 서건우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리드를 지켰다.
경기 종료 10초 전 9대6으로 흐르니치가 앞선 가운데 서건우가 마지막 힘을 짜내 공세를 폈으나 더는 유효타를 성공하지 못하고 경기를 내줬다.
한국 태권도 중량급의 '초신성'으로 평가받은 서건우는 지난해 12월 WT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하며 파리행 티켓을 따냈다. 서건우가 흐르니치를 꺾었다면 한국 태권도에 이 체급 최초의 올림픽 메달을 선사할 수 있었다.
태권도가 정식 종목이 된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2021년 도쿄 대회까지 우리나라에는 남자 80㎏급 출전자가 없었다. 서건우가 역대 첫 출전 선수다. 초창기에는 국가별 출전 선수 수에 제한이 있어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메달 획득 가능성이 컸던 경량급과 최중량급 선수들이 올림픽에 출전했다. 최근에는 세계 태권도의 실력 평준화로 남자 80㎏급 출전권 획득에 번번이 실패했다.
서건우의 동메달 획득이 불발되며 이틀 연속 이어진 한국 태권도의 메달 행진도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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