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대통령, 야당 전 대표 등 배우자에 대한 수사가 ‘종착지’를 향하면서 검찰 안팎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른바 ‘여사 수사’에 대한 기소 여부는 물론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검찰이 향후 거대한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초읽기에 돌입한 차기 ‘수장’ 인선에 최고 윗선의 배우자 수사가 맞물리면서 검찰이 또 한 번의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1심 선고…면소 판결 vs 300만원 구형=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3부(박정호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에 대한 선고 공판을 13일 연다. 김 여사는 이 전 대표의 당내 대선 후보 경선 출마 선언 이후인 2021년 8월 2일 서울 모 음식점에서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 3명, 본인 운전기사, 수행원 등 3명에게 총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기부행위)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앞선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이 이 전 지사를 민주당 대선 후보로 당선되기 하기 위해서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를 매수하려 한 범행으로, 기부 행위 금액과 관계 없이 죄질이 중하다”며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반면 김 여사 측은 “(검찰이) 식사 모임 전후 선거운동 과정, 식사 모임 결제 형태 등 간접 증거만 나열하며 피고인의 죄를 범했다는 인상을 남기는 데 주력했으나, 논리나 경험칙이 부재한 간접 정황 만으로 공소 사실이 인정되는 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또 김 여사에 대한 선거법 공소시효가 만료된 이후 공소 제기가 이뤄졌다며 면소판결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이은 참고인 조사…실제 소환은 ‘미지수’=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외유성 출장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최근 연이어 참고인을 소환하는 등 가속을 붙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조아라 부장검사)는 최근 김 여사가 2018년 년11월 인도를 방문할 당시 주인도한국대사관에서 근무했던 관계자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A씨는 김 여사의 당시 현지 일정 조율을 맡았다고 전해졌다. 김 여사가 2018년 11월 인도 타지마할을 단독으로 방문한 게 ‘혈세 해외 여행’이라는 의혹에 대한 수사다. 앞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외교부가 김 여사를 초청해달라는 의사를 인도 측에 먼저 타진했다며 사실상 ‘셀프 초청’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었던 도종환 전 의원이 셀프 초청 의혹을 반박하며 모디 총리가 보낸 초청장을 공개하는 진실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검찰이 앞서 김일환 국립 한글박물관장, 문체부 과장 등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바 있어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도 조만간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 부인이라는 신분에 따라 실제 불러 조사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시기는 물론 장소, 방식 등에 따라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환 조사 이후 22일…檢 결론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 검찰이 어떠한 결론을 내릴 지도 이목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지난 달 20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소환한 지 22일이 지난 만큼 기소 여부 등 검찰의 최종 결정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지난 달 20일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김 여사에 대한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 이는 김 여사가 2020년 4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된 지 4년 만. 또 지난해 12월 인터넷 매쳇 서울의소리가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고발한 지 7개월여 만에 검찰의 직접 조사가 이뤄졌다. 그동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형사1부는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 등 여러 선물과 청탁을 받은 의혹을 수사해 왔다. 하지만 기소 여부 등 결론은 내지 못했다. 김 여사 수사를 두고 야권에서 눈치보기·봐주기 등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어떤 결과라도…檢 ‘정치 중립성’ 심판대에=법조계 안팎에서는 여사 수사에 대해 내릴 검찰의 결론이 대대적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소냐, 불기소냐(김건의 여사)’는 물론 ‘실제 소환할지(김정숙 여사)’, ‘유죄 유무(김혜경 여사)’까지 결론에 상관 없이 정치 중립성 등에 대한 여야의 거센 비난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원석 검찰총장의 후임이자 윤 정부 2번째 검찰 수장 선임이 초읽기에 돌입해 있어 향후 검찰에 미치는 여파는 한층 커질 수 있다. 이른바 이들 ‘3김(金) 여사’ 수사에 대한 결론에 따라 앞으로 있을 수 있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7일 법무부 청사에서 총장 후보군을 심사한 결과 심우정(사법연수원 26기) 법무부 차관과 임관혁(26기) 서울고검장, 신자용(28기) 대검찰청 차장검사, 이진동(28기) 대구고검장을 제46대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했다. 박성재 장관은 이들 가운데 1명을 윤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이후 윤 대통령의 지명, 국회 인사청문회, 임명 등 절차가 진행된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수뇌부에서 ‘현재 진행 중인 수사를 이달 말까지 완료하라’고 지시했다고 알려지면서 전·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수사가 조만간 결론을 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며 “차기 검찰총장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취지라고 전해지고 있으나 기소나 실제 소환 조사 여부 등에 따라 정치적 파장은 피할 수 없을 듯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간에 여야를 막론하고 검찰에 날 선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며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이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향후 역대급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김혜경 여사의 재판의 경우 유무죄에, 김건희 여사의 기소 여부에 따라 검찰은 ‘정치·편파적 수사’라거나, 봐주기·권력 눈치 보기 등 여야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김정숙 여사에 대한 수사는 실제 소환 조사를 할 지 또 어떤 결론을 내릴 지가 검찰에 있어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이른바 ‘검찰 개혁 시즌2’까지 예고하고 있어 검찰은 향후 1심 판결, 기소·불기소, 소환 조사 등 결정에 따라 여권 혹은 야권발(發) 총공세에 처하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