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한 바이오엔텍(BioNTech)이 이중항체 신약 개발을 중단했다. 바이오엔텍의 결정을 두고 국내 바이오벤처인 에이비엘바이오(298380)가 같은 작용방식으로 개발 중인 신약 ‘ABL503’에 비해 경쟁력이 낮다는 점을 확인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중항체 신약은 두 가지 표적을 동시에 노려 단일항체 대비 치료 효과가 뛰어나지만 개발 난도가 높은 분야로 국내 기업이 경쟁에서 앞서가는 모양새다.
11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엔텍은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젠맵과 공동 개발하던 이중항체 항암 신약 ‘GEN1046’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GEN1046은 면역 체계를 회피하는 단백질 ‘PD-L1’과 면역 세포를 활성화하는 신호체계 ‘4-1BB’를 동시에 표적으로 삼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양사는 단독 요법 및 머크 ‘키트루다’와의 병용 임상을 진행했으나 바이오엔텍이 개발을 중단함에 따라 앞으로는 젠맵이 단독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와의 경쟁에서 밀린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GEN1046과 같은 작용방식의 이중항체 신약 ABL503을 아이맵 바이오파마와 공동 개발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지난 6월 발표한 임상 1상 결과를 보면 고형암 환자 53명 중 완전관해(암세포가 모두 없어진 상태)가 1건, 부분관해(측정 가능한 종양 크기가 기존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태)는 6건을 확인했다. GEN1046이 1상 결과 부분관해 4건만을 확인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임상 결과였다. ABL503은 투여한 용량이 GEN1046에 비해 3~4배 많았음에도 간 독성 문제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며 안전성도 입증했다.
이중항체 신약 개발을 중단한 빅파마는 또 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은 최근 아제너스(Agenus)로부터 도입한 이중항체 신약 ‘AGEN1777’의 반환을 결정했다. BMS는 아제너스에 선불금 2억 달러(약 2730억 원)를 지급한데 이어 임상 1상 개시에 2000만 달러(약 273억 원), 임상 2상 개시에 2500만 달러(약 341억 원)의 마일스톤을 지급했으나 결국 포기를 선택했다.
이는 이중항체 신약 개발의 난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중항체 신약은 통상 특정 암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와 면역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를 연결해 설계하기 때문에 단일 항체 대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노바티스도 최근 이중항체 개발 기업인 드렌바이오에 최대 30억 달러(약 4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지만 지난해에는 이중항체 신약 개발을 포기했었다.
그럼에도 국내외 기업이 이중항체 신약 개발에 계속 도전하는 것은 그만큼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는 아이엠바이오로직스가 6월 이중항체 기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최대 9억 4000만 달러(약 1조 3000억 원)에 기술수출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중항체 신약 임상에 워낙 많은 자금이 필요해 큰 효과가 없으면 개발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개발이 진행 중인 물질은 그만큼 특별한 강점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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