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전쟁 중인 러시아 경제의 균열 조짐이 심화하고 있다. 전시 경제 체제에서 견조한 성장을 주도하던 정부 지출 약발마저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징집과 해외 이탈 가속화로 러시아가 극심한 노동력 부족을 넘어 인구학적 위기에 몰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의 집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3%로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 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률은 둔화세를 지속해 4분기 1.7%, 내년 1분기에는 1.0%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러시아 연방통계청은 전날 2분기 GDP가 4%의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알렉스 이사코프 BI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러시아 경제가 현저히 냉각되기 전 마지막 성장세”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경제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로 인해 과열 상태를 지속해왔다. 러시아 정부의 재정적자는 4월 기준 166억 달러(약 22조 6800억 원)로 연간 적자 추정치에 육박한다. 군수산업을 중심으로 전쟁 기간 4~6%의 견조한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덩달아 자극받은 인플레이션은 9.13%까지 치솟은 상태다. 고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를 떠받치는 정부의 재정 여력은 고갈되고 있다. 지난달 러시아 정부가 운영하던 대부분의 국가 보조 모기지 프로그램이 종료됐다. 블룸버그통신은 “건설·은행 등의 부문이 더 이상 높은 금리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노동시장도 심각한 인력 부족에 냉각되고 있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러시아는 사상 최대인 500만 명의 노동력 부족 상황에 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사상자 수는 30만 명을 넘어섰으며 전쟁 발발 후 100만 명 이상이 국외로 탈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노동력을 충원하기 위해 이주민은 물론 교도소 수감자 등까지 동원하고 있다. 러시아 인구가 세기말까지 현재의 절반으로 감소하는 인구학적 재앙에 처했다는 경고도 나온다. 알렉산더 콜얀드르 유럽정책분석센터 러시아 전문가는 “결과적으로 크렘린궁이 스스로 만들어낸 굴레에 갇혔다”며 “노동력 부족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이에 따른 고금리는 생산과 투자를 억제해 경제를 더욱 왜곡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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