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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자포리자 원전’에 화재…우크라와 러시아 네 탓 공방

러 “포격으로 화재” vs 우크라 “러시아 방화”

냉각탑 일부 손상됐지만 방사능 수치 정상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실이 공개한 영상에 러시아가 점령 중인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탑에서 화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가 점령한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냉각탑 일부의 가동이 중단됐다. 방사능 유출로 인한 국제사회의 비난 우려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를 이번 화재의 배후로 지목하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11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과 RIA 노보스티 통신 등은 이날 자포지라 원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냉각탑 가동이 중단됐다고 러시아 원전회사 로사톰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 비상사태부 관계자는 “이날 자정께 큰 불길이 잡혔다”며 “냉각탑이 파손돼 작동하지 않는 상태”라고 전했다.



다만 화재로 인한 폭발 가능성은 없으며 냉각탑에 난 불이 발전소와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포리자 원전은 200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점령했으며, 이후 가동이 중단된 냉온정지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X(엑스)에 “냉각탑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을 전해들었다”며 “자포리자 원전의 핵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방사능 수치 역시 정상으로 확인됐다.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파악되지 않은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대 측이 자포리자 원전을 공격했다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자포리자주에 러시아가 세운 행정부 수장인 예브게니 발리츠키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에 점령된 인근 도시 에네르호다르를 포격해 화재를 일으켰다”고 비난했다. 또 미라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을 비롯한 러시아 정부 관리들은 “우크라이나가 고의적으로 원전을 파괴하고 ‘핵 테러’를 일으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로사톰은 “자포리자 원전의 냉각탑 중 하나에 우크라이나 공격용 드론의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다. 큰 불길은 잡혔지만 냉각탑 내부가 심각하게 손상됐다”고 전했다.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러시아가 불을 붙였다”며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을 볼모로 잡아 우크라이나 , 유럽 전체, 그리고 전 세계를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화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로 진입해 엿새째 지상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발생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국경에서 각각 25㎞, 30㎞ 떨어진 톨피노와 옵스치 콜로데즈에서 우크라이나군 기동대의 돌파 시도를 차단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 내 최대 30㎞ 지점까지 진입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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