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 이 두 바퀴로 굴러가는 한국 스포츠는 12일(한국 시간) 끝난 파리 올림픽을 통해 무거운 과제를 안았다.
한국은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에 금메달 13개를 포함해 메달 32개로 2008 베이징 대회(메달 32개·금 13, 은 11, 동 8) 이후 16년 만에 최고 성적을 냈다. 하지만 잔치를 벌이기보다 다음과 그다음 올림픽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만 해도 라이벌이었던 일본의 약진을 보면 더 위기감을 느낄 만하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개최국 이점을 업고 금메달 27개(3위)를 쓸어담았던 일본은 3년 뒤 파리에서도 3위를 지켰다. 금 20, 은 12, 동메달 13개로 호주와 프랑스에 앞서 미중 2강 바로 뒤에 자리 잡았다.
도쿄 대회 때 유도에서 금메달 9개를 휩쓸었던 일본은 파리에서는 레슬링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금메달 8개와 은·동메달을 1·2개씩 땄다. 목표로 내걸었던 전체 금메달 20개를 정확히 달성한 것도 눈에 띈다. 그만큼 각 종목이 대표 선수들의 기량과 컨디션을 잘 파악하고 있었고 경쟁국 선수 분석도 치밀했다는 뜻이다. 일본 레슬링은 한때 암흑기를 겪다가 파리에서 완벽한 부활을 선언했다. 2004년 아테네 대회 때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여자 레슬링을 전략적으로 육성한 영향도 있다.
한국 스포츠는 2016년 엘리트 체육(대한체육회)과 생활체육(국민생활체육회) 통합이라는 변곡점을 맞은 후 여전히 둘 사이의 균형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통합 이후 치른 지난 두 번의 올림픽에서 성적이 신통치 못했고 반전이 일어난 이번 파리에서도 뜯어보면 엘리트 체육의 성격이 강한 종목에 메달이 몰렸다.
김유겸 서울대 스포츠경영학 교수는 “엘리트 스포츠 ‘몰빵’에 대한 반작용으로 풀뿌리 참여 스포츠를 키우는 쪽으로 방향이 바뀐 것인데 지난 올림픽 때 성적이 나오지 않은 것은 그런 과정에서 엘리트 스포츠에 투자가 약해진 영향도 있다”며 “사실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은 엄연히 분리된 영역이다. 그런 특성을 인정한 가운데 투자와 지원이 이뤄진 종목에서 이번 대회 성적이 뚜렷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 금메달은 국위 선양을 떠나 한 나라의 교육, 인재 육성 역량을 드러내는 상징이기도 하다. 안세영 선수가 비판한 대한배드민턴협회뿐 아니라 상당수 종목 단체들은 엘리트와 생활체육 둘 다 잘 관리할 역량이 여건상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이 손을 뗀 후 레슬링이 내리막을 걷고 있는 것과 대비해 파리 올림픽 최고 스타가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대한양궁협회 회장)이라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도 엘리트 체육에 대한 체계적인 장기 투자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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