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당국이 교수가 사교육 업체 사외이사를 맡고 싶다며 겸직 신청을 할 경우 사교육 유발 가능성을 반드시 살펴 겸직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대학에 안내했다. 과외 교습이나 사교육 업체에서의 강의 등 입시와 관련한 업무를 일절 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원칙을 어길 경우 대학과 해당 교수에 중과실 여부를 철저히 따지기로 했다. 초중고 교원뿐 아니라 대학 교원들의 입시 관련 불법 영리 행위가 잇따르자 겸직 허가 기준을 명확히 해 사교육 카르텔 고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13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지난달 초 이 같은 내용의 ‘사교육 관련 대학교원 겸직 가이드라인’을 대학에 전달했다.
우선 교육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사교육 관련 기업의 사외이사 겸직 허가 기준을 제시했다. 교육공무원법에 따르면 대학교수·부교수·조교수는 학원을 운영하는 기업 또는 업종이 교육 서비스업인 기업에서 사외이사로 근무할 수 있다. 다만 대학은 겸직 심사 시 필요성, 기간 적절성, 대상 기업의 적합성, 그 밖의 교육·연구에 지장이 없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교육부는 사교육 유발 가능성 등을 중점 검토해야 한다며 허가 기준을 조금 더 구체화했다. 이와 함께 학교, 도서관·박물관 등을 제외한 곳에서 과외 교습은 원천 금지된다는 내용도 가이드라인에 담았다. 최근 주요 대학교수들이 현행법을 어기고 불법 과외를 해온 사실이 수사로 드러나자 대학과 교수들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명확한 지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사교육과 관련된 업체에서의 강의, 문항 출제, 출판 행위는 물론 학원과 무관한 기관 및 업체더라도 특정 사교육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겸직이 불가능하다.
각 대학은 학교 교원에 대한 겸직 허가 시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심사해야 하며 소속기관의 장은 교원 대상으로 가이드라인을 안내하고 복무 관련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다만 교육공무원 복무규정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강사·겸임교원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교육부는 가이드라인 안내 이후 사교육 관련 겸직 허가 원칙을 위반한 경우 징계양정 시 고의 또는 중과실 여부를 엄격히 심사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가이드라인 배포 이유에 대해 “최근 사교육 업체 콘텐츠 개발 범위가 확대되면서 대학 교원이 영리 업무에 종사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사교육 관련 겸직 금지 행위 및 사례를 구체화해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가이드라인 마련은 교육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사교육 카르텔 척결 작업의 일환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6월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개설한 이후 같은 해 말 ‘(초중고)교원의 사교육업체 관련 겸직 허가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올해 6월에는 입시 비위를 저지른 교육공무원을 파면하고 부정 입학한 학생의 입학을 취소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인 입시 비리 대응 방안도 발표했다.
대학 교원 가이드라인 마련으로 불법 과외 행위는 물론 겸직 허가도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그간 불법·편법으로 자행됐던 사교육 불법 과외를 근절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허용했던 사외외사 겸직도 앞으로는 대학들이 유의해서 심사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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