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이 늘어난 대학들이 앞으로 7년 동안 교육 여건 개선에 6조 50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자체 추정했다. 교육부는 각 대학이 제출한 투자 계획을 바탕으로 다음 달 최종 예산안을 확정 짓는다.
1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내년도 의대 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대학 30곳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대학은 교육부가 올 4월 실시한 수요조사에서 올해부터 2030년까지 의대 교육 여건 개선에 총 6조 5966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써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각 대학이 요구한 재정 지원 규모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30개 대학은 수요조사서에 2030년까지 교수 충원과 기자재 확충, 건물 신축 등으로 의과대학 운영 비용이 2조 6003억 원가량 더 늘 것이라고 적었다. 이 가운데 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부산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 등 9개 대학은 의대 정원 증원의 영향으로 국립대 병원 임상 실습 시설 투자에 3조 9963억 원이 추가로 들어갈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강원대는 해부실습센터 신축과 교육·연구시설 확보용 병원 리모델링, 임상교육훈련센터 건립 등에 총 1조 1892억 원의 재정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봤다. 강원대는 의대 정원이 올해 49명에서 내년 132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의대 정원이 기존 110명에서 내년 200명으로 늘어난 경북대는 앞으로 7년간 교육 공간과 기자재 확보, 교수 임금 지급 등에 국비 5658억 원을 포함해 총 7125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했다. 현재 142명에서 내년 171명으로 의대 입학 정원이 늘어난 전북대는 의대 신관 신축과 강의실 리모델링 등에 총 8132억 원의 국비가 투입돼야 한다고 봤다.
내년부터 의대 신입생을 늘려 받게 된 사립대들은 자체적으로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에 이르는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입학 정원이 기존 40명에서 내년 120명으로 세 배 이상 늘어난 성균관대는 의대 예과·본과 교육실습 장비 신규 도입과 임상 실습 시설 개보수 및 교원 인건비 학생 지원비 등에 자체 기금 6476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의대 신입생이 76명에서 120명으로 증원된 영남대는 의대 연구동 신축 공사와 교육 장비 구입 등에 쓸 1862억 원을 대학 자체 기금과 기부금 등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내년도 정원이 49명에서 100명으로 대폭 늘어난 동아대는 의예과 해부·기초의학실습실 개보수 및 리모델링, 교원 급여 등에 소요되는 재원 약 327억 원을 직접 마련해야 한다. 일부 사립대는 “국립대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사학진흥기금 융자 지원보다는 국가 차원의 사립대 의과대학 지원 사업 등을 통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적어내기도 했다.
교육부는 각 대학이 제출한 금액과 실제 배정 예산은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요 조사 때는 필요 금액보다 규모를 키워 제출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정부의 지원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며 “각 대학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해 기획재정부와 일반 국고를 어떻게 배정할지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다음 달 중 의대 교육 여건 개선에 필요한 전체 예산 규모를 확정해 ‘의대 교육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다.
한편 국회 교육위원회와 복지위원회는 이달 16일 의대 증원 과정에 대한 합동 청문회를 연다. 교육위는 전체회의에서 교육부 장·차관과 복지부 장차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증인으로 의결했다. 청문회 위원들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복지부 장관의 현황 보고를 들은 뒤 신문과 질의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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