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다음달 예정된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공식 발표했다.
기시다 총리는 14일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민당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가장 알기 쉬운 길이 내가 물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음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 여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다. 기시다 총리가 총재 선거 불출마를 표명하면서 기시다 총리는 연임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불출마 입장을 공식 표명하면서 자민당의 지지율 급락 및 선거 연패의 불씨가 된 ‘정치자금 스캔들’을 의식, "정치 불신 초래 사태에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출마 표명 후엔 2021년 취임 후 3년간 재임하며 중점 추진했던 주요 정책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30년 디플레이션 탈각을 위해 임금 인상, 코스트 절감형 경제 탈피와 새로운 자본주의 강화 등에 주력했고, 그린트랜스포메이션(GX) 이행채 도입, 원전 재가동 등 에너지 정책에서도 노력했다는 점을 어필했다. 특히 한일관계를 언급하며 양국 관계가 크게 개선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불출마 결심 과정에서 여러 관계자들의 의견을 물었지만, 최종 결심은 본인이 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다음 달 총재 선거에서 선출될 새 리더를 지지(지원)하며 “국민의 공감을 얻는 정치”를 추구해나가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기시다 총리는 총리 퇴임 후 정치인 기시다 후미오로서 정진할 과제들에 대해서도 의지를 내비쳤다. 일본을 둘러싼 환경이 여전히 “엄중하다”고 말한 기시다 총리는 디플레이션 탈각과 이를 위한 지속적인 임금 인상, 국내총생산(GDP) 600조엔 달성 등 경제 정책에 지속해서 힘써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는 한일 관계를 두고 “더 확실한 것으로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그동안 20% 대의 저조한 내각 지지율과 자민당 파벌에 의한 비자금 스캔들, 선거 참패 등 악재로 당 안팎에서 총재 선거 불출마 압박을 받아 왔다. 주변의 용퇴론 속에서도 “미룰 수 없는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하고 결과를 내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사태 반전을 모색해 오던 기시다 총리는 그러나 지지율 반등이 요원한 상황에서 현 정권으로는 다음 중의원 선거도 위태롭다는 판단에 총재 선거 한 달 여를 앞두고 ‘불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NHK는 “(당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2021년 10월 취임한 기시다 총리의 재임 기간은 이날 기준 1046일이다.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에 이어 전후 8번째로 긴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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