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7월 경제지표가 항목별로 엇갈리면서 불균형한 회복세를 반영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과의 무역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 내 부동산 위기와 소비 침체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점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15일 로이터·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산업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5.1%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6월(5.3%)보다 상승 폭이 줄고 시장에서 내놓은 전망치(5.2%)에도 다소 못 미치는 결과다. 산업생산이 3개월 연속 둔화세를 보이면서 중국 경제의 회복이 약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농촌을 뺀 공장, 도로, 전력망, 부동산 등에 대한 자본 투자 변화를 보여주는 올해 1∼7월 고정자산 투자도 지난해 동기 대비 3.6% 늘어나는 데 그쳐 올해 첫 6개월간 3.9% 증가보다 둔화했다. 부동산 개발에 대한 투자도 같은 기간 10.2% 줄었다. 70대 주요 도시의 7월 신축 주택 가격은 지난해보다 4.9% 떨어져 2015년 6월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중국 경제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로이터는 “7월 신규 주택 가격이 9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해 정부 지원책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국 가계 자산의 70%가 부동산에 집중돼 있어 주택 시장의 불황은 소비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반면 내수 경기의 바로미터인 소매판매는 7월 2.7% 증가해 6월의 2.0%보다 나아졌다. 시장의 예상(2.6%)을 웃도는 수치다. 서비스생산지수도 여행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4.8% 상승해 직전 월 대비 0.1%포인트 올랐다. 국가통계국은 “7월 경제가 약간 개선되면서 전반적으로 안정됐다”면서도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고 국내 수요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데이터가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더욱 부각시켰다고 지적한다. 특히 중국 경제가 1990년대 일본과 같은 장기 경제 침체에 접어든 것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딩솽 중화권 및 북아시아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제의 모멘텀이 둔화했다”며 “올해 약 5% 성장을 달성하려는 중국의 목표에 더 많은 과제를 안겨줬고, 이는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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