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본토를 급습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군사시설을 겨냥해 최대 규모의 드론 공세를 펼치며 더 깊숙이 진격하고 있다. 러시아는 침투한 적군을 격퇴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장에 배치했던 병력 일부를 급히 불러들였다. 접경지에서 전투가 치열해지자 우크라이나는 서방 지원국들에 러시아 본토 내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용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쿠르스크 지역 여러 방면에서 1~2㎞씩 전진하며 100명 이상의 러시아군을 생포했다”며 “우리는 전략적 목표에 다가서는 중”이라고 발표했다. 정보 분석 기관 딥스테이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본토 공격 9일째인 이날까지 약 800㎢를 점령했다. 앞서 러시아 국경 마을 74곳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힌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에너지 요충지인 수자 마을에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게양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본토에서 빠르게 격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쿠르스크로 침투한 세력은 러시아군에 의해 강력하게 밀려나고 있다”며 “잔당을 완전히 파괴하기 위해 조만간 광범위한 공세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이날 쿠르스크를 비롯해 보로네시·사바슬레이카·보리소글렙스크 등 러시아 공군 비행장을 겨냥해 전쟁 발발 후 최대 규모의 장거리 드론 공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이에 러시아 국방부는 방공군이 우크라이나가 쏜 드론 117대와 미사일 4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본토 기습이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도 서둘러 병력 재배치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드니프로 등에 배치했던 일부 부대를 본토 쿠르스크 등으로 이동시켰다. 러시아군은 쿠르스크 최전선 뒤로 참호를 파고 진지를 구축하는 모습도 보였다. 텔레그래프는 “본토 공습 규모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기에 앞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양방향으로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크라이나의 어려움 역시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 지원군이 확충되면 점령 지역을 확장하기가 힘들어질 뿐 아니라 고립될 위험도 높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군의 진격 속도가 급습 초기와 비교해 이미 둔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투를 강화하기 위해 서방 협력국에 장거리 미사일 등의 사용을 허가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영국은 앞서 우크라이나의 자위권을 인정하며 모든 지원 무기의 러시아 본토 내 사용을 허용하면서도 장거리 미사일 ‘스톰섀도’는 예외로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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