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중재국 주도로 가자전쟁 휴전 협상이 재개됐지만 타결 여부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협상이 재개됐다는 소식에도 양측의 충돌이 계속되면서 지난해 10월 발발 이후 사망자 수는 4만 명을 넘어섰다. 이란의 보복 공격 여부에 따라 확전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에서 중재국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5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가자전쟁 휴전 협상이 재개됐다. 협상에는 미국·이집트·카타르 등 중재국과 당사국인 이스라엘 측 대표단이 참석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측의 불참 속에 진행된 이번 협상에 대해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브리핑에서 “조짐이 좋은 시작”이라고 밝히고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남은 장애물은 극복이 가능하다”며 일단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중재국들의 노력에도 휴전 가능성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들은 앞서 미국이 올 5월 제시한 3단계 휴전안을 두고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휴전안은 6주간 휴전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인구 밀집 지역에서의 완전한 철수 및 인질 교환 등이다. 이를 두고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이 추가 조건을 제시해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진 추가 요구안은 ‘가자지구 필라델피 회랑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 유지’ ‘피란민들이 비무장 민간인인지 확인하기 위한 검사 실시’ 등이다.
하마스 고위 관리인 사미 아부 주흐리는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협상 과정에 전념하고 있다”며 “중재국들은 하마스가 7월 초에 동의한 제안을 이스라엘이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상은 16일까지 이틀간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하마스는 중재국과 소통하며 대표단을 파견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마스 고위급 인사인 호삼 바드란은 휴전 협상 재개 직후 텔레그램을 통해 “합의에는 포괄적인 휴전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완전한 철수, 인질 귀환이 포함돼야 한다”면서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작전이 협상 진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상이 재개됐지만 양측의 충돌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요르단강 서안에서는 이스라엘 정착민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주민 1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이스라엘이 1967년부터 점령해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한 서안에서는 이스라엘 이주민들과 기존 팔레스타인 주민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이날까지 사망자 수는 4만 5명이며 부상자 수는 9만 2401명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무너진 건물 잔해 등에 매몰된 시신 등 확인되지 않은 사망자가 최대 1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란 역시 지난달 31일 수도 테헤란에서 사망한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암살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중동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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