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BOE)이 약 4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이 온기를 되찾고 있는 신호가 감지됐다.
블룸버그통신은 18일(현지 시간) 영국 온라인 부동산 포털 업체 라이트무브의 자료를 인용해 이달 들어 부동산 중개인을 찾은 주택 구매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7월 한 달간 증가세(11%)에서 가팔라진 수치다. 시장에 부동산을 내놓는 판매자 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다.
영국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하락세를 띠면서 올가을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영국 부동산 시장은 올해 초까지도 회복세가 더뎠지만 최근 들어 주택 구매자들의 차입 비용 완화, BOE의 완화적 통화정책 전환 등으로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BOE는 이달 1일 기준금리를 연 5.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BOE가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그간 영국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까지 14회 연속 인상된 후 올해 6월까지 7차례 연속 동결됐다.
영국 금융 데이터 업체 머니팩츠에 따르면 영국의 2년 고정 모기지 금리 평균은 초여름 약 6%에서 최근 5.6% 수준으로 하락했다. 5년 고정 모기지 금리 평균 역시 4.8%로 1년 전(5.8%)보다 떨어졌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모기지 금리는 이번 조치(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에 하락한 것”이라며 “BOE는 금리를 너무 빠르게 인하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BEO가 올해 최소 한두 차례 추가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이트무브는 부동산 시장에서 활기가 감지되자 올해 호가 전망을 기존 전년 대비 1% 하락에서 1% 상승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달 호가는 전년 동기 대비 0.8% 오르면서 7월(0.4%)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6월 판매 완료 기준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2.7% 뛰며 올 3월 이후 최대 오름폭을 나타냈다. 팀 바니스터 라이트무브 부동산과학 책임자는 “2020년 이후 첫 금리 인하로 늦여름 구매자들의 활동이 살아나고 있다”며 “금리 인하 후 모기지 금리가 아직 크게 낮아지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기다리던 금리 인하가 이뤄진 만큼 주택 시장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노동당이 지난달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점 역시 주택 시장 심리를 개선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가디언은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총선 준비 과정에서 (주택 매매) 활동이 둔화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총선 이후 정치·경제적 환경이 선명해지면서 구매자들이 확실히 더 많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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