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을 국빈 방문한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만나 “중국은 항상 베트남을 주변국 외교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등 서방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이 베트남과의 관계를 관리함으로써 글로벌 사우스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19일 중국 관영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에서 럼 서기장과 정상회담을 열고 “중국·베트남 운명 공동체 건설을 더 깊고 구체적으로 추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럼 서기장이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중국을 택한 것은 양국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양국 관계의 높은 수준과 전략성도 충분히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럼 서기장은 “시 주석은 중국을 강하고 번영하는 국가로 이끌었다”며 “중국은 항상 베트남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라고 화답했다.
쫑 전 서기장의 후임으로 이달 3일 선출된 럼 서기장은 첫 해외 방문지로 중국을 택해 18일부터 사흘간의 방중 일정에 나섰다. 두 정상은 이날 양국 중앙은행과 언론, 보건, 동식물 검역 부문을 아우르는 14개 협력 문건에 서명했다. 지난해 12월 시 주석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체결한 철도 연결 합의를 구체화하는 방안도 문건에 담겼다. 양국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공동성명 역시 발표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회담에 대해 “남중국해에서 이따금 발생하는 마찰에도 불구하고 경제 및 무역 관계가 깊은 두 공산주의 국가 간 긴밀한 공조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럼 서기장은 20일 귀국 전까지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등 최고위급 인사들을 두루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럼 서기장은 방중에 이어 다음 달에는 유엔 연례총회 참석차 미국을 찾아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럼 서기장이 중국과 미국을 연이어 방문하는 것에 대해 “두 강대국과의 관계를 동시에 관리하기 위한 베트남의 유연한 외교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의 외교 전략을 지칭하는 ‘대나무 외교’는 줄기는 단단하지만 잎은 부드러운 대나무처럼 공산주의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실리를 위해 서방과도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쫑 전 서기장과 양국 관계를 최고 수준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시 주석은 석 달 뒤인 12월 베트남을 방문해 양국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하며 미국 견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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