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미국 민주당 공식 대선 후보 지명을 앞두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바가지 기업 엄단’ 정책과 관련해 간접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기업의 탐욕을 가격 인상의 원인으로 보는 해리스 캠프의 공약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일종의 침소봉대가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내렸다. 굴스비 총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내는 등 민주당 정책 수립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18일(현지 시간) 굴스비 총재는 CBS 인터뷰에서 사회자로부터 “샌프란시스코 연은은 기업의 이윤 추구, 또는 바가지(price-gauging)가 인플레이션의 주원인이 아니라고 했는데 이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앞서 16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경제 공약을 발표하면서 “식료품 등 바가지 가격을 연방 차원에서 금지할 것”이라며 “대기업이 소비자들을 불공정하게 착취해 폭리를 취할 경우 새로운 규제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다.
굴스비 총재는 “우리는 선거에 관여하지 않고 나 역시 그럴 것”이라며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우려를 드러냈다. 굴스비 총재는 “(기업의 판매) 가격과 임금의 관계를 보면 가격이 먼저 오른 뒤 임금이 따라 오르거나 가격이 내려간 뒤 임금이 내려가는 식으로 통상 가격이 임금보다 먼저 움직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특정 시기 가격에 일어나는 일과 임금에 일어나는 일의 차이는 비즈니스 사이클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가 먼저 오르고 아직 임금 상승이 뒤따르지 않은 시기에 일시적으로 기업의 이윤이 커졌다고 해서 이를 바가지나 탐욕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시장 가격이 떨어졌지만 임금이 떨어지지 않은 시점을 보면 오히려 물가와 기업 이윤이 함께 줄어드는 시기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기업 이윤의 단면만 보고 과장된 결론을 내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도·진보 성향 언론과 학자들도 해리스 부통령의 바가지 기업 처벌 공약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논설위원실은 “실질적 계획 발표 대신 포퓰리스트 꼼수로 시간을 허비했다”며 “해리스 부통령은 ‘대기업 비난’이라는 덜 솔직한 길을 택했다”고 꼬집었다.
오바마 행정부 경제팀의 또 다른 수장이었던 제이슨 퍼맨 하버드대 교수는 바가지 엄단 정책이 의도치 않게 소비자들에 피해를 준다는 견해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려 깊은 정책이 아니다”라며 “수사로 끝나고 현실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굴스비 총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공약과 관련해서는 “관세를 올리면 가격이 인상된다”며 “다만 인플레이션은 가격 성장률을 의미하기 때문에 관세가 늘어나면 가격이 오를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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