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에게 가자전쟁 휴전을 압박했다.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을 피할 명분이 필요한 이란도 다각도로 휴전 협상에 개입하며 중동 지역 확전을 막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블링컨 국무 장관은 “이건 결정적 순간"이라며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휴전을 성사시키며 모두가 항구적 평화와 안보를 위한 더 나은 길로 나아가도록 할 최선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도 가자 휴전 협상이 '엔드게임(최종단계)'에 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이집트, 카타르 지도자들이 통화했다고 전하고 "지난 몇 달간 진행됐던 절차들이 이제 최종단계에 이르렀다는 데 세 지도자 간에 공감대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은 특히 지난달 말 헤즈볼라 최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와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피살 등으로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습 우려가 제기된 상황에서 가자 휴전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외교 공간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란은 자국에서 발생한 하니예 암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피의 보복을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전면전을 피하고 싶은 이란은 가자 휴전협상을 위한 시간을 주기 위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습을 미루고 있다.
특히 이란은 가자지구 휴전을 통한 중동의 안정을 원한다는 입장을 미국에 간접적으로 전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악시오스 등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이란은 카타르, 이집트 등 이번 휴전협상에 참여하는 아랍권 중재국들과 접촉하며 협상에 물밑으로 개입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블링컨 장관을 이스라엘에 보내는 이유에 대해 협상 타결을 위한 '집중 노력' 외에도 "포괄적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이 눈앞에 다가온 지금, 이 지역 누구도 이 과정을 훼손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자전쟁 휴전의 운명이 결정될 이번주 희망적인 결과는 좀처럼 나타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주 추가 협상이 예정돼 있지만 이는 '진정한 평화의 기회'라기 보다는 논의 과정을 살리려는 '필사의 시도'처럼 느껴진다고 평했다.
가디언은 “무엇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지도자들이 지금 싸움을 계속하는 게 더 얻을 게 많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협상에 급하지 않다. 그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강경한 극우파에 정치적 생존을 의존하고 있다. 가디언은 이스라엘이 10·7 기습공격을 주도한 야히야 신와르를 살해하는 데 성공한다면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인기는 올라갈 수 있다고 전했다.
하마스도 도하 협상에서 나온 중재안을 거부했다. 하마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더 많은 조건을 추가해 (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의 새 정치지도자로 휴전 협상을 이끌게 된 신와르는 상대적으로 실용주의자였던 하니예와 달리 무력 저항을 선호하는 강경파다.
이런 가운데 블링컨 장관은 19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헤르조그 대통령 등 이스라엘 주요 인사들을 만난 뒤 20일 이집트로 이동해 중동 순방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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