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중동을 9번째로 찾았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결국 또 빈손으로 귀국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신경전으로 인한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휴전 합의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20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전쟁을 중단하기 위한 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블링컨 장관은 귀국 직전 카타르 도하 공항에서 “우리는 휴전과 인질 합의가 결승선을 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시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선 17일부터 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중재국인 이집트, 카타르를 차례로 방문해 베냐민 베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등 주요 인사들을 만났다.
미국은 휴전 회담이 이번 주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로이터통신이 블링컨 장관과 중동 순방에 동행한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그러나 휴전 합의가 타결될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15~16일 도하에서 열린 휴전 회담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이견을 좁히지 위한 중재안을 제시했고 카타르와 이집트는 이를 지지했다. 블링컨 장관은 19일 네타냐후 총리와 회동한 후 “이스라엘은 중재안을 받아들였다”며 “하마스도 그렇게 해야 할 차례”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중재안을 명시적으로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이전에 합의된 조건들을 뒤집는 안”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이 제시한 중재안의 세부 내용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블링컨 장관은 카타르에서 이스라엘 철군 조건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국은 이스라엘의 어떠한 가자지구 장기 점령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중재안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철수 일정과 장소에 대해 분명히 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여기에 동의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해당 조건을 실제 받아들였는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20일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의 가족들을 만나 “이스라엘은 어떤 상황에서도 필라델피아 회랑과 넷자림 회랑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합의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 정세는 최근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달 이란을 방문 중이던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된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이 지목된 후 이란은 대대적인 보복을 예고한 상황이다. 다만 임박한 것으로 예상됐던 이란의 보복이 생각보다 늦게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알리 모하마드 네이니 이슬람 혁명수비대 대변인은 이날 이란 국영TV에서 “시간은 우리의 편이며 보복을 위한 준비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적절한 시기에 계산되고 정확한 공격을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정확한 날짜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이번 주 후반에 이집트 카이로에서 휴전 합의를 위한 새로운 회담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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