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추가 관세를 소폭 인하하기로 하면서 양측 간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지만 중국 정부는 여전히 강력 반발하고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중국산에 대해서만 ‘관세 폭탄’을 안기는 행위 자체가 불공정하다며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 달여 남은 관세 확정 시점까지 EU와 중국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관측되는 가운데 중국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관세율이 더 낮아질지 주목된다.
중국 상무부는 20일 홈페이지에 올린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에서 “EU의 중국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는 미리 결론을 내리고 객관성·공정성·비차별·투명성 원칙을 모두 위반한 조사였다”고 지적했다. 입장문은 “공정한 경쟁이라고 이름만 붙였을 뿐 사실상 불공정 경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상무부는 “중국 정부와 업계는 수만 장에 달하는 법률 문서와 증거 자료를 제공했음에도 이번 불합리한 결정에는 중국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높은 세율을 약간 인하했을 뿐 여전히 잘못된 접근 방식을 고수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을 차별 대우해 조사 결과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상무부는 중국과 EU가 올 6월부터 열 차례 이상 실무 협상을 진행해왔다며 EU를 향해 “무역 마찰을 피하고 문제의 적절한 해결을 위해 실질적인 조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어 “중국은 필요한 모든 조처를 통해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날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한 반보조금 조사를 통해 추가 관세율을 17.0~36.3%포인트로 하는 확정 관세 초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기존 일반 관세 10%를 더하면 최종 관세율은 27.0~46.3%가 된다.
당초 EU 집행위는 6월에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율을 17.4~38.1%포인트로 예고했으나 지난달 최고 추가 관세율을 37.6%포인트로 0.5%포인트 낮췄다. 이어 이날 다시 0.3%포인트 더 내렸다.
이를 두고 EU 전문 매체 유락티브는 EU가 추가 관세율을 소폭 인하하며 중국과의 무역 마찰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고 해석했다.
집행위의 이날 발표에서도 전과 달리 한층 완화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집행위 당국자는 확정 관세 초안 내용을 설명하며 “중국 측과 아직 협상 중”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올로프 질 EU 집행위 무역담당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오늘의 (확정 관세율) 사전 공개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절차 중 하나”라며 “최종 정치적 결정은 내리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충분히 협상을 통해 조정 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친 만큼 EU 집행위를 상대로 한 압박과 동시에 개별 국가를 상대로 설득에 나서는 중국의 노력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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