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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이 재구성한 조선의 마지막 날

첫 장편소설 내놓은 다니엘 튜더

난봉꾼으로 알려진 의친왕 이강

독립운동가로서의 면모 그려내

22일 서울 정동 아트센터에서 진행된 ‘마지막 왕국’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다니엘 튜더(왼쪽) 작가가 임현주 아나운서와 함께 첫 장편소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혜진기자




22일 서울 정동 아트센터에서 진행된 ‘마지막 왕국’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다니엘 튜더(왼쪽)가 소설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껏 치밀어 오르던 강의 짜증은 돌연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왕자라는 신분도 남성의 우월성도 전혀 존중하지 않는 듯 보이는 이 여인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마지막 왕국' 271쪽)

“(낸시는) 김원식이라는 청년과 함께 세상의 여러 다른 모습에 대해 알려준 사람입니다.” (같은 책 494쪽)

몰락해가는 조선의 왕손이자 고종의 차남이었던 의친왕 이강이 소설 속 인물로 재탄생했다. 국내에 정착한 영국 출신의 작가 다니엘 튜더가 내놓은 첫 장편 소설 ‘마지막 왕국’을 통해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으로 일했던 작가는 우리나라 사회를 분석하는 글들을 써오다 이번엔 조선의 마지막 왕손인 의친왕의 생애에서 성장 스토리를 발굴해냈다.



다니엘 튜더는 22일 서울 정동 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의친왕은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만 인식이 좋지 않았다”며 “어린 시절 트라우마도 있지만 사람들을 만나며 이를 극복하고 독립 운동도 하면서 변화한 인물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600페이지 분량의 역사 소설이지만 실패한 영웅이자 성장 스토리이기도 해 누구든 편안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이 난봉꾼에서 독립의 의지를 가진 주체로 변모하는 데 있어 많은 인물들이 도움을 줬지만 그가 특별히 애정을 가진 인물은 실존 인물에서 이야기를 가져 온 김란사(낸시 하)였다. 그는 “고종의 명을 받아 1919년 1월 파리강화회의에 칙서를 들고 가려고 했지만 가는 길에 베이징에서 암살을 당한 인물이었다”며 “그가 파리까지 도착했다면 역사가 어느 정도는 달라지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전했다.

처음 튜더 작가가 의친왕 이강에 대해 듣게 된 것은 이강의 아들인 이석 황실문화재단 이사장을 통해서였다. 이후 5년 간 자료 조사를 하면서 생소했던 한국 역사에 대해 익혔다. 그는 “한국어로 된 책을 읽을 때도 다른 사람 보다 5배 이상의 시간을 투입해야 했다”며 “역사를 처음부터 공부하고 190쪽 분량의 1부만 5번을 고쳐 썼다”고 전했다.

작가는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인생의 큰 변화를 맞았다. 지난해 10월 배우자인 임현주 아나운서와 사이에서 첫 딸 아리아가 태어났다. 이강이 처음 아버지가 되는 감동을 표현한 부분에서는 더욱 생생한 표현들이 담겼다. 그는 “독자들이 역사에서 잊혀진 인물에 대해 알게 되면 좋겠다”며 “트라우마를 가졌던 인물의 성장 스토리로 받아들이고 공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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