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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폭염도 재난인데…저소득층 냉방 지원, 난방 대비 ‘절반’

에너지재단 지원가구 1.8만가구…냉방 대비 50% 그쳐

예산 지원규모 비교하면 차이 ↑ 온열질환자는 3000명 돌파

자택서 40도 '살인 더위' 접하는 취약계층…"최악의 여름"

전문가 "기후취약계층 정의하고 실태조사 실시 법률 필요"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의 영향 등으로 전력수요가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인 가운데 이달 7일 서울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들이 작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급 찜통더위로 노인·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의 어려움이 깊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냉방 가구 지원이 겨울철 난방과 비교해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후변화로 폭염이 단순한 무더위를 넘어 자연 재난급으로 변화하면서 취약 계층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정부 대응책은 ‘턱걸이’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에너지재단의 올해 저소득층 에너지효율 개선 사업을 분석한 결과 총 1만 8034가구에 냉방 지원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는 올해 난방 지원 목표가 3만 6000가구인 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예산을 살펴보면 더욱 차이가 벌어진다. 올해 한국에너지재단은 난방 지원으로 902억 30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냉방 지원은 155억 원에 불과하다. 가구당 지원금도 상이하다. 한국에너지재단에 따르면 올해 지원 규모는 가구당 243만 원(최대 330만 원)이지만 냉방은 평균 75만 원이다. 단열·창호·바닥공사·보일러 교체 등 다양한 시공으로 에너지효율을 꾀하는 난방 지원과 달리 냉방의 경우 고효율 벽걸이 에어컨 교체만을 지원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에너지재단은 취약 계층인 국민기초생활수급가구와 차상위 계층,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천한 복지 사각지대 저소득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효율 개선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에너지바우처 사업과 함께 ‘에너지 복지’의 양대 축이다. 2007년부터 에너지효율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냉방 지원의 경우 2019년에서야 3263가구 대상 60억 원의 예산으로 시작하는 등 지원이 더딘 실정이다.

문제는 냉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열악한 주택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은 40도에 육박하는 온도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저소득층 가구의 18%만이 에어컨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복지사들은 “올여름은 습기와 더위 때문에 곰팡이와 벌레까지 들끓어 최악의 계절”이라고 입을 모은다.



설령 에어컨이 있더라도 비싼 전기요금을 아끼려고 가동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실제로 이달 20일 경기 부천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던 90대 남성이 열사병과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사망했다. 당시 부천 낮 최고기온은 36도까지 치솟았으나 자택에서는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온열질환자 통계에서도 취약 계층의 위험성은 이미 드러난다.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감시 체계에 따르면 올여름 온열질환자 수는 3019명(21일 기준)이다. 연평균 온열질환자(1735명)와 비교하면 이미 74% 이상 급증한 수치다. 온열질환자 10명 중 3명꼴(31.4%)은 노령층이고 의료 급여를 받는 저소득층도 5.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집과 주거지 주변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 비율도 10.4%였다.

한국에너지재단 측은 “전체 지원 가구와 예산을 늘려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2019년 3만 3316가구였던 전체 사업 대상 가구 수는 올해에는 총 5만 4000가구를 목표로 하는 등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냉방 지원 가구 수 확대에 대해서는 ‘에어컨 수급의 어려움’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한국에너지재단 관계자는 “최대한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에어컨 제조사도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일상적 재난으로 자리 잡은 폭염에 대해서도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폭염 취약 계층에 대한 법적 정의가 미비한 만큼 별도 법안을 마련해 정기적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구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동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기후위기로 인한 1차 문제인 폭염에 대처하기 위해 노인 등 생물학적 취약 계층,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 반지하주택 등 취약 지역 거주자에 대한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기후위기대응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안으로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한 ‘기후위기적응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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