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 호텔·관광 관련 전공 선호도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난 5년간 급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호텔 취업 선호 지역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인력난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정부는 해결책으로 서비스업에 외국인을 채용할 수 있는 고용허가제(E-9)를 도입했으나 실적이 저조해 중장기적인 호텔 산업 인력 육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대학 과정 계열별 개황에 따르면 2019년 4만 4912명이던 관광학 계열 전공 지원자는 지난해 2만 3243명으로 반 토막 났다. 관광학 계열 전공 재적 학생 수도 같은 기간 2만 15명에서 1만 7967명으로 2000여 명 감소했다.
지원자가 감소하면서 높게 치솟았던 경쟁률도 하락했다. 2019년 11대1에 달했던 경쟁률은 2022년 4.6대1로 최저치를 찍은 후 지난해 5.4대1로 겨우 반등했다. 다만 이조차도 2019년에 비해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호텔·관광학과를 통합시키거나 폐과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경북 경주시 위덕대는 지난해 항공호텔서비스학과 학생 모집을 중지했고 관광 특성화 대학이던 강원관광대는 모집난을 겪다 개교 29년 만인 지난해 폐교했다.
호텔·관광업은 한때 대학가에서 선망의 직업이었으나 지금은 낮은 처우 등의 영향으로 외면받고 있다. 팬데믹 당시 업계가 인력 감축을 단행하면서 진학을 준비하던 이들에게 ‘불안정한 직업’이라는 인식이 생긴 데다 박봉인 급여 체계로 인해 상경 계열 등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었다. 서울 소재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해 일반 사기업에 재직 중인 임 모(28) 씨는 “호텔업이 멋있어 보여 진학했지만 국내 5성 호텔에 입사하려 해도 자리가 워낙 적어 경쟁이 치열했다”면서 “다른 직종과 급여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고학년이 되면 호텔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관광·레저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가 발표한 ‘2024년도 관광·레저 분야 산업 인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숙박업의 초임 연봉은 평균 2903만 원이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우리나라 대졸 초임 분석 및 한일 대졸 초임 비교’를 보면 2023년 국내 300인 이상 사업체 정규직 대졸 초임은 평균 5001만 원에 달한다.
호텔·관광 업계에서도 대학가의 기피 현상을 체감하고 있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학생들이 호텔을 비롯해 전반적인 서비스업을 선호하지 않고 있다”면서 “‘호텔리어’로 대표되는 제복에 대한 로망이 사라지고 근무 자율성을 원하는 풍조가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팬데믹 종료 이후 호텔·관광 업계는 인력 부족으로 늘어나는 관광 수요를 되레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관광·레저산업 IS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숙박 업계는 필수 인력 1176명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기존 인력마저도 근무 희망지가 서울로 쏠리거나 특정 직무를 선호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지방 호텔이 인력 유치를 위해 연봉 500만 원을 높게 제시하더라도 대기업 산하 서울 호텔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고강도 노동이 필요한 식음료 판매 및 서비스(F&B), 객실 청소 등 하우스키핑 직무도 선호도가 떨어진다.
인력난을 극복하고자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호텔·콘도업에 사상 최초로 E-9을 시범 도입했으나 신청 건수는 매우 저조하다. 지난해 호텔·콘도 업계에 E-9 비자가 도입된 후 신청 건수는 240건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올해 서비스업 전체 쿼터로 3000명을 배정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절차 간소화 노력을 하고 있으나 홍보 부족과 한국어 교육 등 애로 사항이 있다”면서 “상반기 중 시범사업 성과 평가를 거쳐 본사업 전환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호텔관광학회 회장인 권봉헌 백석대 관광학부 교수는 “호텔·관광 전문인력 자원은 줄어드는데 호텔은 늘어나고 있어 외국인 인력 도입 지침이 완화돼야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다”면서 “업계는 인력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객실 위주로 운영하는 중저가 맞춤 상품을 마련해야 하고 대학 차원에서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프로그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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