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함 없는 ‘말빨’을 과시했다.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과거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그가 언제나 사람들을 돕는 후보라고 말하는 등 재치있는 발언으로 뜨거운 박수를 받은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찬조 연설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학생이었을 때 맥도날드에서 일했다"면서 당시 그가 "모든 사람들을 그 '천 와트짜리(thousand-watt·매우 밝은)' 미소로 맞으며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지금 그는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데 여전히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묻고 있다"면서 해리스 부통령이 여전히 낮은 자세로 국민을 위해 '복무'하는 후보임을 강조했다.
캘리포니아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해리스 부통령은 앞선 유세에서 청년 시절 용돈을 벌기 위해 맥도날드에서 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은 용돈을 벌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일부는 가족을 부양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서민과 중산층의 편에 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이러한 자신의 성장 배경을 풀어내며 부유한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르게 중산층을 이해하는 후보라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유별난 맥도날드 사랑으로 유명했다. 과거 코미디 프로그램인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SNL)에서도 그의 맥도날드 사랑을 풍자한 적이 있으며, 그의 고향인 아칸소주 리틀록에 있는 한 맥도날드 매장에는 그를 위한 명패가 걸려있을 정도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러한 자신의 맥도날드 사랑과 관련된 농담을 즉흥적으로 풀어내 박수 갈채를 받았다.
그는 해리스가 대통령이 된다면 매우 행복할 것이라면서 "그가 맥도날드 매장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대통령이라는 내 기록을 깰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클린턴 전 대통령의 농담을 전하면서 그가 20여년 전 심장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이후로는 맥도날드의 치즈버거를 끊었으며 지금은 주로 채식 식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소 대본에서 벗어난 연설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도 맥도날드 언급 부분을 포함, 이렇게 대본에 없던 발언들을 애드리브로 풀어내며 예정된 시간보다 긴 29분간 연설했다고 미언론들은 전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틀 전 전당대회 첫날 영상을 시청한 후 원래 작성한 연설문을 폐기하고 새로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령과 지나친 자기애를 지적하며 날선 공격을 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틀 전에 78세가 됐다고 밝히며 "내가 강하게 주장하고 싶은 나의 유일한 개인적인 자만은 트럼프보다 젊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령을 부각했다.
1946년 8월생인 클린턴 전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생일이 두 달 정도 늦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부분 자신에 대해서만 말한다"면서 "그(트럼프)는 무대에 오르기 전에 '나·나·나·나'(me·me·me·me)라고 하며 목을 푸는 테너 가수와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어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매일 '당신·당신·당신·당신'(you·you·you·you)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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