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의료 공백 속에 중증·응급환자의 진료 차질을 막기 위해 다음 달부터 경증 환자가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를 찾으면 본인부담금을 대폭 올리기로 했다. 현장 의료진의 지원을 위해 현재 적용하고 있는 응급실 진찰료의 100% 가산금액도 추가로 상향하기로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응급실을 이용하는 경증·비응급 환자는 약 42%로 여전히 많은 비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응급실을 찾은 코로나19 환자의 95% 이상은 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 이하 환자”라며 “지역 병의원을 이용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전공의 약 500명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현장을 떠났으며 이 여파로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상태다.
이에 한국형 중증도 분류체계(KTAS) 4~5에 해당하는 경증·비응급환자가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를 이용하면 현행 50~60%인 외래 진료 본인부담분을 더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9월 중 시행할 예정이다. 박 차관은 인상 폭에 대해 “조만간 입법예고 등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며 “100%는 아니다. 소폭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서 조금 더 과감하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응급실 전문의가 환자를 진찰할 때 2월부터 적용하는 진찰료 100% 가산금액도 다음 달 중 추가 인상을 추진한다.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에서 전담 인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건비 지원도 늘린다. 진찰료 상향은 비상진료체계 한시대책의 일환으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역시 9월 중 시행할 예정이다.
응급 환자의 신속한 치료를 위해 이송·전원 체계도 정비한다. 119구급대 등이 환자를 이송할 때부터 중증도에 적합한 병원을 결정할 수 있도록 이송 단계의 중증도 분류 기준(Pre-KTAS)을 다음 달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 광역상황실에 신속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해 119 구상센터에서 의뢰한 중증응급 환자에 대한 이송병원을 신속하게 선정하는 체계를 강화한다. 순환당직제 대상도 기존 급성대동맥, 소아급성복부, 산과응급질환, 기관지출혈 이물질, 응급혈관 등 5개 질환에서 추가로 확대한다. 지역 내 적정 이송병원을 선정하는 경우 권역심뇌혈관센터와 화상·수지 접합 등 전문병원의 질환별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이미 대도시 권역응급의료센터조차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며 조속한 의료 정상화를 촉구했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22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서울 상계백병원, 경남 양산부산대병원 응급실 현황을 공유하며 “정부는 여전히 일부 병원의 문제라며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대변인이 공유한 응급실 현황을 보면 상계백병원은 응급실 소아과는 평일 8~16시까지는 진료가 가능하지만, 주말 진료는 불가능하다고 나와 있다. 외과 환자는 야간(오후 5시~다음날 오전 8시)에는 반드시 수용 능력을 확인하라고 적혀 있다. 양산부산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정형외과는 이날 오전 11시 21분 기준 소아 진료를 포함한 모든 부문의 진료와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그는 ”곧 추석 연휴가 다가오고 현장에 있는 의사의 걱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우리 사회의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는 무너진 의료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차관에 대해서도 ”의료 현장과 교육의 일상을 파괴한 장본인으로 의료계가 경질을 요구한 이가 오늘 중대본 브리핑에서 본인이 일으킨 응급의료 붕괴 상황에 대해 아무런 반성과 사과 없이 말뿐인 대책을 쏟아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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