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다음 달 27일 실시되는 가운데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차기 총재’와 관련한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인 그가 전 연령층에서 고른 지지를 얻으며 일본 헌정 사상 두 번째 ‘부자(父子) 총리’가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43세의 고이즈미 전 환경상과 함께 고바야시 다카유키(49) 전 경제안보담당상도 대중적 인기를 얻으며 일본 정치권에 40대 세대교체론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도쿄TV는 21~22일 ‘차기 자민당 총재로 적합한 인물’에 대한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23%로 1위를 차지했다고 23일 밝혔다. 그동안 닛케이는 물론 주요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유지해왔던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18%로 2위에 올랐다.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이 11%로 뒤를 이었고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상(8%), 고노 다로 디지털상(7%),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6%),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2%),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1%), 노다 세이코 전 총무상(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19%였다. 조사는 출마가 거론되는 의원 11명 중 한 명만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민당 지지층으로 대상을 한정하면 지지율과 순위 변동이 크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에 대한 지지율은 32%로 더 뛰어 2위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고 다카이치 경제안보상(15%), 이시바 전 간사장(14%), 고노 디지털상(9%),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상(8%), 가미카와 외무상(6%)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무당파층에서도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20%로 1위를 달렸으며 이시바 전 간사장은 17%로 2위였다.
올해 43세인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입후보 가능성이 거론되는 당내 의원 11명 중 가장 나이가 적다. 2009년 중의원(하원)에 처음 입성한 5선 의원으로 그간 주요 언론의 차기 총리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꾸준히 2위에 오를 정도로 높은 지명도와 대중성을 갖추고 있다. 자민당이 최근 파벌에 의한 비자금 스캔들로 곤욕을 치른 가운데 파벌 없이 활동해왔다는 점에서 ‘당 개혁과 쇄신, 세대교체를 책임질 새 얼굴’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다만 각료 경험은 2019년부터 2년간 환경상을 지낸 것이 유일해 ‘아직은 부족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환경상 시절 일부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2019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환경 단체 행사에서 “기후변화 같은 커다란 문제는 펀(fun)하고 쿨(cool)하고 섹시(sexy)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핵심 없는 말을 해 비판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펀쿨섹’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을 얻었다. 복수의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오는 30일 출마 기자회견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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