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은평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본도를 약 열 차례 휘둘러 이웃 주민을 살해한 30대 남성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은하)는 피고인 백 모(37) 씨를 살인죄 및 총포화약법 위반죄로 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은 백 씨가 2018년부터 기록해 온 2000쪽 상당의 일지, 인터넷 검색 내역, 피고인 및 가족 조사 등을 조사한 결과 백 씨의 범죄를 ‘이상동기 범죄’로 최종 분류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백 씨는 재직 중이던 회사에서 약 3년 전 퇴사한 후 별다른 사회적·경제적 활동 없이 대기업에 취업하겠다는 일념 하에 정치·경제 기사를 섭렵해 왔다”며 “그러던 와중 2023년 10월 경부터 중국 스파이가 한국에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며 본인이 이를 막아야 한다는 망상에 빠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마주친 피해자를 피고인을 감시하려는 중국 스파이라고 생각하고 저지른 ‘이상동기 범죄’”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백 씨가 망상에 사로잡혀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다고도 밝혔다. 백 씨는 지난 2024년 1월 경 중국 스파이에게 사용하기 위해 일본도를 구입하면서 소지 허가를 받기 위해 ‘장식용’으로 구매하는 것처럼 허위로 신청해 허가를 받았다. 검찰은 “피고인은 일본도 사용을 위한 연습용으로 목검까지 추가로 구매하고 일본도 소지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골프백에 넣어 다니는 등 망상에 사로잡혀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검찰은 백 씨가 망상에 사로잡힌 것은 범행 동기로 작용했을 뿐 심신미약을 주장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분명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사전 계획하에 범행을 저지른 점, 범행 전 ‘일본도, 용무늬검 검도검 장검, 살인사건’ 등을 검색하기도 한 점, 본건 범행으로 경찰에 체포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던 점, 수사 과정에서 보여준 피고인의 진술 능력 및 그 구체성 등을 종합 고려했을 때 심신미약에 이르렀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피해자 유족에게 장례비, 생계비, 학자금 등을 신속히 지원할 예정으로, 향후에도 피해자 재판절차 참여권 보장, 심리치료 지원 등 피해자 지원에 소홀함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피고인에게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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