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부천 호텔에서 처음 불이 날 당시 객실 내 침대 매트리스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발화지점인 810호(7층) 객실에서 처음 연기가 복도 쪽으로 새어 나오기 시작한 시각은 오후 7시 37분으로 애초 810호에 배정받은 투숙객 A씨가 방에서 나온 지 2분가량 지난 뒤였다.
소방 당국이 확보한 7층 폐쇄회로(CC)TV를 보면 A씨는 810호에 들어갔다가 에어컨 쪽에서 ‘탁탁’하는 소리와 함께 탄 냄새가 나자 호텔 직원에게 객실 변경을 요청했고 아래 6층으로 방을 바꿨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810호 출입문은 복도 쪽으로 열린 채 있었고, 연기가 이 문을 통해 1분 23초 만에 호텔 7층 복도를 가득 채우면서 투숙객들의 대피를 어렵게 했다.
당국은 에어컨 누전으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810호 에어컨은 벽걸이형으로 그 아래에는 소파가 있었고, 바로 옆에 침대 매트리스가 놓여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에어컨에서 불똥이 떨어져 소파와 침대에 옮겨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매트리스에 불이 붙으면 실내 전체가 폭발적 화염에 휩싸이는 이른바 ‘플래시 오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한국방재학회의 과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침대 매트리스는 TV보다 불이 커지는 속도가 490배 빠른 것으로 파악됐다. 매트리스의 이른바 '화재 성장률'은 흔히 나무 재질의 책상보다 230배, 서랍장보다도 9배나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에어컨 주변에 있던 침대 매트리스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은 확실하다”며 “숙박업소의 매트리스는 방염 성능 기준을 적용해 난연 제품을 쓰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화재현장에서 숨진 김 모(28) 씨의 발인이 이날 낮 12시 희생자들 가운데 처음으로 진행됐다. 고인을 포함해 사고 희생자 7명의 발인은 26일까지 모두 마무리될 예정이다. 아울러 경찰은 이번 화재와 관련 기존에 편성된 수사본부의 본부장을 송유철 부천원미경찰서장에서 김종민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장으로 격상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이번 사건 사상자를 조롱하는 취지의 게시글을 올린 이들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