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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만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정치부 김현상 차장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만나지도 않으면서 무슨 협치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22대 국회 들어 만난 중진 의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소리 중 하나다. 그들의 탄식처럼 불과 십수 년 전 ‘동물 국회’라는 비아냥을 듣던 시절에도 여야는 카메라 앞에서는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물밑 대화를 이어가며 합의점을 이끌어냈다. 일부 여야 의원들은 의원회관 사우나를 공통분모로 한 ‘목욕당(沐浴黨)’을 만들어 친목을 다지기도 했다. 누군가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손가락질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땐 그렇게라도 서로 부대끼며 입법부로서 해야 할 일은 했다.

하지만 ‘사상 최악의 정쟁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22대 국회의 현실은 어떤가. 거대 야당은 온갖 특검법과 탄핵안들을 쏟아내며 독주를 이어가고 무기력한 여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건의로 맞서는 도돌이표 정국이 되풀이되고 있다. 개원 후 석 달 가까이 지나도록 2800건 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야가 합의 처리한 법안은 전무하다. 야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번번이 가로막히면서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여야의 극한 갈등 탓에 아직 개원식조차 열지 못한 22대 국회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장 지각’ 국회 기록을 날마다 새로 쓰는 중이다.

결국 꽉 막힌 정국을 풀 해법의 첫 단추는 만남이다. 국정운영 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연금·교육 등 각종 개혁 과제를 완수하려면 입법부의 키를 쥐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역대 대통령들도 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는 했다. 서슬 퍼런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다섯 차례의 영수회담을 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여덟 번이나 야당 대표를 만났다. 김 전 대통령과 일곱 차례나 영수회담을 했던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훗날 ‘일곱 번 만나 일곱 번 배신당했다’고 비판했지만 “그래도 국민을 위해서라도 자주 만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집권 여당을 이끄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역시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야당 대표들과 끊임없이 소통할 수밖에 없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자꾸 만나 밥도 먹고 쓸데없는 농담이라도 주고받게 되면 서로에 대한 이해 폭이 넓어지면서 산적한 현안도 하나씩 풀리게 마련”이라며 정부·여당과 야당의 잦은 만남을 주문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런 의미에서 11년 만에 성사된 여야 대표 회담은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정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기회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상설 여야정 협의체 같은 정례화 회동을 통해 자주 만나다 보면 해묵은 갈등도 눈 녹듯 사라질 수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아 “이 대표와 만나 정치를 복원해보려고 한다”는 한 대표의 바람처럼 이번 회담이 국민을 위한 정치 복원의 첫 걸음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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