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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北 주민 평화 통일 열망 커지자 金 체제 붕괴 막으려 선대 유훈 지워”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

북한 주민 90% 韓 번영 알고 한류를 접하며 동경하자

金 ‘적대적 두 국가’로 전략 변화, 핵개발·무력 도발 시도

건강 심각, 아들 있더라도 똘똘치 않아 주애 내세운 듯

北체제 불안 속 국력 결집하고 자유민주통일 추구해야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이 26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김정은 정권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것은 체제 붕괴를 막으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북한 김정은 정권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두 교전국’으로 규정하고 “대한민국과는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의 의식에서 ‘통일’ 개념까지 지우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대북 전문가인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은 26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피폐해진 경제로 희망을 잃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한류를 접하고 번영한 대한민국을 동경해 평화 통일을 갈망하는 열망이 커지고 있다”며 “위기를 느낀 김정은이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것은 체제 붕괴를 막으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럴수록 우리는 안보 태세를 확고히 하면서 헌법에 규정된 ‘자유민주적 평화 통일’ 의지를 재천명해 국력을 결집해야 한다”며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 접근 기회를 넓혀 스스로 북한을 변화시키고 평화 통일에 나서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좋지 않은 건강 상태도 북한 체제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지 올해로 13년째에 접어들었다. 선대 김일성·김정일 정권과 비교하면 김정은 체제의 특징은 무엇인가.

△선대에 비해 김정은 정권은 한층 더 민생을 파탄내고 공포 정치로 일관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극도의 공포 정치, 핵 개발 집중, 전면적 불법 해킹 활용으로 통치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핵 개발은 경제를 더 피폐하게 하고 통치 자금줄까지 마르게 했다. 북한은 궁여지책으로 (해외 금융기관 등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통한 자금 확보에 치중하고 있다.

-북한의 인권 상황과 체제 불안은 어느 정도인가.

△과거 김일성 정권에 대한 주민의 지지도 점수를 100으로 본다면 김정일 정권은 50, 김정은 정권은 25에 불과하다. 경제와 민생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경제는 식량난·외화난·물자난의 3난(難)에 직면했다. 주민들은 인재(人災)로 인한 재난·재해, 의료 시스템 붕괴로 인한 감염병 고통, 끊임없는 강제 노역의 3고(苦)에 시달리고 있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북한의 사이버전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

△북한은 핵 개발 자금의 절반가량을 해킹으로 마련했다. 어린 영재들을 골라 해커 양성 특수 교육을 시킨다. 특히 (해커 부대 양성소인) 미림대학 등에 입학시켜 사이버 전사로 키운다. 해커 부대 양성은 김정일 정권 때부터 시작됐다. 북한 해커들은 해외 아지트를 만들고 인터넷 주소인 IP를 숨겼다. 우리 국민들의 주민등록번호 등 신상 정보를 해킹해 가짜 아이디를 만들고 한국인처럼 위장해 온라인에서 각종 괴담(허위 조작 정보)을 확산시키고 반정부 시위를 선동하기도 했다.

-북한 주민들은 한국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북한에서 살기가 힘들다 보니 대한민국의 번영과 한류에 대한 동경심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장마당 세대’인 젊은 층은 휴대폰·USB 등을 통해 한국의 높은 경제 수준과 국력, 한류에 대한 정보를 점점 더 많이 접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북한 주민 스스로 얼마나 열악하게 사는지 깨닫고 있다. 이젠 북한 주민의 90%가량이 한국의 번영을 알고 있다. 김정은 정권에서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느끼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제발 평화 통일이 빨리 돼 한국처럼 모두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열망이 강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전쟁 중인 두 교전국’으로 규정했다.

△김정은 정권은 현격한 남북 국력 차, 한류 확산에 두려움을 느끼고 선대가 남긴 ‘통일 유훈’까지 지우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을 제1의 주적으로 규정해 남북 관계를 교전국·적대국 관계로 명시했다. 북한은 이처럼 통일을 지우는 듯한 기만전을 벌이면서 핵무기를 앞세운 무력 통일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이다. 우리는 안보 태세를 확고히 구축하고 자유민주적 평화 통일을 위한 실질적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최근 김 위원장 건강 상태에 대해 여러 관측들이 나오는데.

△쿠바 주재 북한 외교관으로 근무 중 지난해 우리나라로 망명한 리일규 참사에 따르면 김정은은 심장 계통 가족력, 과체중, 스트레스와 과도한 음주·흡연 등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하다. 리 참사는 최근 저와 만나 “김 위원장 안색이 인디언처럼 매우 시뻘겋고 숨소리가 거칠었다”며 “안색이 너무 검붉어서 북한TV에서 방영할 때에는 영상의 밝기를 뽀얗게 처리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이 같은 건강 문제와 경제난, 한류 유입이 김정은 체제의 최대 위협 요인이다. 김정은도 그것을 잘 알고 있어서 딸 김주애를 공개적으로 등장시킨 것이다.

-딸 김주애의 권력 승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국정원 분석에 따르면 김주애는 후계 구도에 있다. 그러나 김주애가 후계자 자리에 오르면 김주애 다음에는 북한이 주장해온 이른바 ‘백두혈통’의 김씨 대(代)가 끊기는 문제가 생긴다. 김정은에게 ‘똘똘한 친아들’이 있다면 그를 공식 후계자로 내세우기 전까지 보호하기 위해 위장·선전용 ‘바람잡이’로 김주애를 공개했을 수도 있다. 김정은의 아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정황이 담긴) 첩보도 있다. ‘김정은이 승마장에 아들을 데리고 나온 것을 본 사람이 있다’ ‘외국에서 꼬마 남자 아이용 신발을 사서 (김정은에게) 보냈다’ 등과 같은 정도의 내용들이다. 다만 김정은에게 아들이 있더라도 ‘똘똘한 친아들’인지 여부에 대해 아직 정보가 없다. 어쩌면 아들에게 신체 장애가 있거나 똘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라면 김정은도 어쩔 수 없이 김주애를 후계자로 세우게 될 것이다. 만약 어린 김주애가 권력을 승계하게 될 경우 북한 내부 권력 투쟁이라든지 체제 붕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 혼란 상황에서도 자유민주주의 평화 통일을 이루도록 우리는 만반의 대응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통일 전략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가.

△노태우 정부는 1989년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마련했고 김영삼 정부는 1994년 이를 발전시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만들었다. 당시는 탈냉전기여서 우리 통일 방안에 굳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는 표현을 명시하지 않고 화해·공존만 강조했다. 하지만 30년이 흐른 지금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 민족 화해·공존이라는 명분과 구호만 내세웠지 ‘우리가 주도하고 북한으로 자유를 확장하는 통일’이라는 구체적인 실용적 실천 전략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지난해 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와 주적 관계로 규정했다. 우리 정부도 더 이상 구체적인 통일 실현 전략을 숨길 필요가 없어졌다. 그런 차원에서 윤 대통령이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은 방향을 잘 잡았다. 이번 독트린은 ‘자유·평화·번영의 통일 대한민국’을 목표로 삼고 구체적 실행 전략을 담았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윤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해 ‘흡수 통일’ 방안인데 북한이 수용하겠느냐고 비판한다.

△흡수 통일은 1975년 베트남의 무력 통일처럼 어느 일방이 상대방 의지와 관계없이 강압적으로 병합하는 것이다. 반면 1972년 서독과 동독은 상호 교류·협력을 촉진하는 기본 조약을 체결했다. 서로 언론을 개방해 동독 주민의 약 70%가 서독 방송을 청취할 수 있었고 서독의 경제발전과 자유민주적 사회상을 알게 됐다. 이 같은 주민 변화가 쌓여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의 원동력이 됐다. 1990년 3월 동독 최초로 치러진 자유 총선거에서 서독으로 편입해 빠른 통일을 이루자는 공약을 내건 정당인 독일연맹이 승리했다. 독일연맹 집권 이후 동독은 서독 편입을 결정해 그해 10월 평화 통일이 이뤄졌다. 이 같은 독일 통일 방식을 강압적 흡수 통일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의 ‘8·15 통일 독트린’도 북한 주민 스스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북한으로 확장하자는 것이다. 특히 남북의 정부가 아니라 양측 주민이 주도하는 통일을 지향했다. 그러면서도 북한 정부에 ‘대화협의체’를 제안해 훗날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돌아올 수 있도록 명분을 마련했다. 자유민주 통일의 근간은 우리 국민의 통일 의지다. 이를 위해 국론을 모으고 국력을 결집해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마련해가야 한다.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도 매우 긴요하다.

◆He is…

1957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진주고에 이어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고려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 국가안전기획부에 들어갔고 국가정보원으로 개편된 뒤에도 이명박 정부 시절까지 대북 전문가로 활약했다. 2012년 2월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을 맡았고 2014년 이 조직이 연구원으로 확대돼 원장직에 올랐다. 국정원 재직 시절 대북심리전단장으로 북한 사이버전에 대응했던 것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치 개입 공작으로 몰려 실형을 살고 출소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복권돼 지난해 2월부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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