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원전 건설 사업 수주에 문제가 있다면서 체코 반독점당국에 문제를 제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26일(현지시간) 체코전력공사(CEZ)가 한국수력원자력을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체코반독점사무소에 진정(appeal)을 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입찰에 참가하는 사업자는 CEZ와 현지 공급업체에 제공하려는 원전 기술을 체코 측에 이전하고 2차 라이선스(특허 허가권)를 제공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수원의 APR1000과 APR1400 원자로 설계는 웨스팅하우스가 특허권을 보유한 2세대 시스템80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APR1000과 APR1400 원자로의 원천 기술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며 웨스팅하우스의 허락 없이 그 기술을 제3자가 사용하게 할 권리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웨스팅하우스만 자사 기술을 수출하는 데 필요한 미국 정부의 승인을 구할 법적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웨스팅하우스는 지금은 폐쇄된 한국의 첫 원전인 고리 1호기 시공에 참여한 회사로 한국 원전 기술의 뿌리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이후 한국 원전은 수십년에 걸쳐 국산화를 이루었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형 원전 APR-1000을 체코에 수출하기로 했는데 웨스팅하우스가 또 다시 원전 수출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이의 근거는 미국의 연방규정으로, 미국 기업의 기술 이전을 받았다면 외국 기업도 미국 에너지부의 승인을 받아야 원전을 수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이번 체코 원전 수주전에 자사의 AP1000 원자로를 갖고 한수원 및 프랑스전력공사( EDF)와 경쟁했지만 탈락한 바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AP1000 원자로 대신 APR1000 원자로를 도입하면 미국 기술을 불법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체코와 미국에서 창출할 수 있는 수천개의 청정에너지 일자리를 한국에 수출하게 되며 그 일자리에는 웨스팅하우스의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일자리 1만5,000개가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웨스팅하우스는 진행 중인 국제 중재와 미국 내 소송을 통해 계속해서 자사 지식재산권을 격렬하게 보호하고 미국 수출통제 규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재 결정이 2025년 하반기 전에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웨스팅하우스가 이처럼 몽니를 부리는 것은 원천기술을 둘러싸고 한수원과 진행중인 소송을 유리하게 끌어가는 동시에 체코 원전 수출 과정에서 한수원 측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한수원이 내년 3월까지 체코 원전 수주 최종 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에 체코 원전 수출을 신고하는 것이 안전한데, 이를 위해서는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을 조기에 마무리 지어야 한다.
웨스팅하우스가 체코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펜실베니아의 일자리’를 명시한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펜실베니아는 올해 미 대선의 최대 경합주로 웨스팅하우스가 이를 거론한 것은 대선 후보들의 지원 사격을 받으려는 행보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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