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롯데홀딩스가 바이오 의약품을 중심으로 한 신규 사업을 위해 기업 주도 벤처캐피털(CVC)을 설립했다. 새 먹거리 투자를 통해 연 매출을 장기적으로 2500억엔(약 2조3000억원)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본업인 제과를 핵심으로 하되 인구 감소에 따른 시장 축소를 고려, 성장성 있는 분야를 개척한다는 방침으로 한국 롯데그룹 역시△바이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 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의 4대 테마를 중심으로 신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다마쓰카 겐이치 롯데홀딩스 사장은 전날 사업 전략 설명회에서 이 같은 방침을 전했다. 이번 사업설명회는 다마쓰카 사장이 2021년 6월 취임한 뒤 처음 개최한 자리다. 신사업 확대를 위해 롯데홀딩스는 최근 30억엔(약 276억원) 규모의 CVC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암 치료제 등에 폭넓게 응용되는 항체 의약품과 항체약물복합체(ADC) 분야에 투자한다. ADC 등을 다루는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출자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CVC는 2022년 롯데바이오로직스 사외이사를 지낸 백준씨가 이끈다.
바이오 부문 강화는 한국 롯데그룹에서도 이미 선행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사안이다. 롯데그룹의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미국의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의 시러큐스공장을 1억6000만 달러(약 2000억원)에 인수하며 바이오 시장에 진출했다. 바이오 의약품의 개발제조수탁(CDMO)을 맡고 있으며 인수로 얻은 미국의 제조 거점에 더해 4조원 이상을 투자해 인천 송도에 신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다마쓰카 사장은 “(일본과 한국에서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롯데그룹 내에서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 있는 사업을 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마쓰카 사장은 일본 롯데그룹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취임 이래 한일 롯데 융합에 매진해 왔다. ‘원(하나의) 롯데’를 강조하면서 한국을 자주 방문하고, 한일 롯데그룹의 150여 개 계열사 간부들이 모이는 전략 회의를 통해 관계를 구축하는 데 힘써 왔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지난달 열린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 공장 착공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익률이 높은 바이오 사업을 통해 500억엔, 건강 분야의 주변 영역 진출로 1500억엔의 추가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3500억엔 규모인 연 매출을 장기적으로 6000억엔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한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전략실장(전무)은 올 6월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 이사로 선임됐다. 신 전무가 2020년 부장으로 입사한 지 4년 만으로 한일 롯데 경영 승계가 속도를 내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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